제약사, 식약청 무지에 '뒤통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약품에 대한 무지 때문에 일부 제약사의 제품에 잘못된 제품허가를 내줬다가 뒤늦게 이를 깨닫고 오히려 해당 제약사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은 다국적제약사 BMS가 개발한 말기 암 환자용 식욕촉진제 '메게이스'의 제네릭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한 대원제약,LG생명과학,동성제약 등 3사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대원제약(2610만원)과 LG생명과학(300만원)에는 과징금을 부과했고,동성제약에는 '제조정지 100일' 조치를 내렸다. 이들 3사가 제대로 된 의약품 제조설비를 갖췄다는 인증을 식약청으로부터 받지 않고 제품을 만들어 팔아왔다는 게 과징금 등을 부과한 이유다.제약업계에서는 그러나 식약청의 이번 조치는 잘못된 행정의 책임을 제약업체에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대원제약 등 국내제약사들은 식약청이 오리지널 제품인 메게이스를 항암제로 분류해 놓고 있어 제네릭 제품 허가 신청도 항암제로 냈다. 식약청 역시 별 생각 없이 항암제로 허가를 내줬다.

그러자 일부 제약사들이 "메게이스는 화학구조상 성호르몬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식약청의 제품 허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식약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성호르몬제는 별도의 생산 설비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항암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대원제약 등 제네릭 생산회사들은 식약청으로부터 항암제로 제품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별도의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은 채 제품을 생산.판매해 왔다. 본의 아니게 법을 위반하게 된 것이다.제약업계의 문제 제기로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식약청은 부랴부랴 제품을 이미 시중에 판매한 3개사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렸고,아직 제품을 발매하지 않은 한미약품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생산설비에 대한 인증을 받은 뒤 제품을 발매하라'고 허가 내용을 변경했다.

식약청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제품 허가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바이엘쉐링의 피임약 '다이안느' 역시 해외에서는 간독성 등 부작용 위험 때문에 여드름 치료제로만 쓰이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여드름이 있는 여성을 위한 피임약으로 허가가 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하자 바이엘쉐링은 허가사항 변경을 자진 요청했고,식약청은 조만간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두 사건은 의약품에 대한 식약청 공무원들의 전문지식 부족 때문에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