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역사의 수치…예금인출 놀라 정부가 전액 보장

영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모기지 은행 노던록의 모든 예금을 보장한다는 비상 조치를 들고 나왔다.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17일 성명을 통해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는 필요할 경우 잉글랜드은행과 함께 노던록의 모든 기존 예금의 지불을 보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달링 장관은 이어 "고객들이 노던록에서 예금을 계속 인출할 수도 있지만 돈을 그대로 놔두더라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가 예금 보장을 약속하고 나선 것은 선진국에선 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일로 노던록 예금 인출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잉글랜드은행의 구제금융 지원 발표 후에도 인출 사태는 지속돼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노던록 전체 예금액의 8%(20억파운드)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또 재무부가 잉글랜드은행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 대상은 노던록 한 곳뿐이라고 밝혔지만,또 다른 구제금융 지원 소문이 퍼진 얼라이언스앤드리체스터의 주가도 하루 만에 31%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무부의 이번 조치가 영국 내 모든 은행의 고객들을 궁지에 몰아넣으면서도 예금 인출을 막을 만큼 고객들을 안심시키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보수당과 자유민주당도 집권 여당의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했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는 "브라운 총리 정부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난 10년간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렸다"며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빚더미'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비난했다.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경제담당 대변인도 "정부의 노던록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