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퍼주기' 공기업 연금에 '메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민간에 비해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공기업 특별연금제도에 메스를 가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8일 '더 일하고 더 벌자'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공기업 직원의 정년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 공기업 특별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노조가 '선전포고'라며 강력 반발할 태세여서 입법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퍼주기식' 공기업 연금과의 전쟁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민간 근로자보다 일찍 은퇴해 더 풍족한 연금으로 노후를 즐겨온 공기업의 근로문화와 이를 지탱해준 특별연금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의 55세 정년을 민간 수준(60세)으로 끌어올려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프랑스 공기업의 정년이 민간 기업보다 낮은 것은 정부가 인건비를 줄이려는 의도에서 마련한 것이 아니다. '일찍 퇴직해 여유있게 살려는' 공기업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다.특히 철도 기관사나 버스 운전사같이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년은 일반 공기업 직원보다 5살 적은 50세다. 프랑스 공기업 근로자들은 또 민간보다 3년가량 적은 37.5년 일하면 연금받을 자격을 얻는다.

은퇴 후 연금 수령 기간도 민간보다 7년 정도 더 긴 25년이나 된다.

프랑스 국영철도,파리철도공사,전력공사 등 일반 공기업은 물론 뱅크 오브 프랑스,상공회의소 직원들에게도 이런 특별연금 혜택이 주어진다.공기업 정년과 연금제의 변화는 민간의 60세 정년을 62세로 늘리자는 프랑스 전경련 MEDEF의 주장이 지지를 얻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조 설득이 관건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사르코지의 연금 개혁 발표를 두고 "사르코지가 전쟁터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1995년 알랭 쥐페 전 총리가 연금 개혁을 시도하다 낙마한 뒤 12년 만에 사르코지가 다시 전장에 나섰다는 얘기다.

강성하기로 유명한 노조와 한판 격돌이 불가피해 작년 프랑스 전역을 들끓게 했던 최초고용계약법(25세 이하 직원은 고용한 지 2년 동안 기업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법) 이상으로 큰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기도 하다.

더 타임스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변화를 위한 첫 실험'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19일에는 관료 조직의 슬림화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어서 프랑스 전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노조들은 사르코지가 연금개혁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전국을 마비시켰던 1995년 파업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좌파 정치인인 올리비에 베상세노는 연금개혁안을 '선전포고'라고 받아쳤다.

그래도 사르코지는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작년 최초고용계약법 사태 때보다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심각한 재정적자를 해소하지 않으면 유럽 재무장관들이 유로존(유로화 통용 13개국) 규약에 따라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다.

균형재정을 이루려면 성장률이 1%포인트 더 높아져야 한다.

적은 노동시간과 관대한 각종 사회급여,55세가 넘으면 노동력의 3분의 2가 퇴직하는 문화로는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는 우호적인 여론도 사르코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사르코지 대통령은 집권 후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주 35시간 근무제도(35시간 이상 일하면 기업주의 부담이 가중되고 개인도 세금부담이 커짐)를 개선하는 등 나름대로 개혁 조치를 취해왔다. 이번 공기업 특별연금제도 개혁은 개혁의 고삐를 더 죄려는 강한 의지로 분석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