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백화점 인센티브도 '꺾기'?

명품 캐주얼 브랜드인 P브랜드를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두산의류가 최근 고민에 빠졌다.

매장을 열고 있는 롯데백화점 측으로부터 난처한 요구를 받고 있어서다.사정은 이렇다.

두산의류 측은 지난 13일 롯데백화점으로부터 6~8월 3개월 동안 매출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부분에 대해 3000여만원의 수수료를 되돌려준다는 통보를 받았다.

롯데백화점이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의 본보기로 일정 기간 매출목표를 정해 초과달성한 브랜드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데 따른 조치였다.하지만 기쁨도 잠시,다음 날 롯데 측이 제안한 요구에 두산의류 관계자는 당혹감에 빠졌다.

롯데백화점 측에서 3000만원이 넘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은 만큼 '뭔가 성의를 보여달라'는 제안을 하고 나선 것.P브랜드 매장 관계자는 "롯데에만 공급하는 '롯데 온리(only)'제품을 공급해달라는 요구였는데,지금까지 특정업체에만 공급하는 제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고 회사정책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도 "1위 업체의 요구라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어 고민 중"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 2월 롯데백화점 대표에 취임한 이철우 사장은 임직원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업계 1위로서의 자만심을 버리고 몸을 더욱 낮추고 귀를 기울여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에 힘쓰도록 독려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4월엔 450여개 협력업체 대표들을 모셔놓고 '백화점에 대한 협력업체의 만족도'에서 신세계(67.1점),현대백화점(65.8점)에 이어 롯데가 꼴찌(63.7점)라는 뼈아픈 통계를 밝히며 변화를 다짐하기도 했다.

"매출연동 마진 조정제를 도입해 초과 매출분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마진을 인하하고 인테리어 비용 같은 업체 부담을 줄이겠다"는 약속도 이 자리에서 이뤄졌다.이번에 드러난 롯데의 '구태(舊態)'는 어찌보면 타성에 젖은 한 개인(바이어)의 과잉충성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어느 조직이든 하루 아침에 '완벽한 변신'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불문율인 '충성'과 '겸손'이 조직 내에서만 그치지 않고 '고객'과 '협력업체'로 확대될 때 '롯데의 변화'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이 걷힐 것 같다.

김동민 생활경제부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