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수뢰의혹' 누구 말이 맞나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42·구속)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이 검찰과 수사 대상자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산지검은 지난 19일 김씨를 비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정 전 비서관은 20일 "하나도 인정할 것이 없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지난해 7~8월 김씨에게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소개해 줘 결과적으로 세무조사를 무마시켜준 뒤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18일 검찰 소환 조사 당시 김씨와 대질 때도 언쟁이 오갈 정도로 사실 관계를 놓고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지난해 말과 지난 2월 1000만원씩 2000만원을 김씨로부터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한 시점에는 산악회에서 송년등산을 가는 등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검찰은 이에 대해 "김씨의 진술이 확실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황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 전 비서관은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설사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가성을 놓고 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돈을 받은 두 시기는 세무조사 무마시도가 있었던 지난해 7~8월과 상당한 시차가 있다.지난 2월에 전달된 돈은 설 명절이 갓 지난 시점으로 알려져 이른바 '떡값'으로 볼 여지도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시킨 '12억6000만원짜리 공사 발주' 부분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김씨에게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12억6000만원짜리 공사 발주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이 공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1억원 용처'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이 김씨로부터 받은 1억원 중 일부가 정 전 비서관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전 청장이 1억원에 대해 최근 지인들에게 "말하기 매우 민감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점도 이런 추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뢰액 1억원이 그대로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란 중형선고가 불가피한데도 용처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청장이 법정에서도 끝내 1억원의 용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1억원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한편 정 전 비서관은 김씨가 지난 6일 검찰에 출두하기에 앞서 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2003년 줬던 합법 후원금 2000만원 외에 내게 준 돈이 없다고 진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