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중동 오일머니'의 힘

두바이ㆍ카타르, 런던증시 지분 48% 확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 유가에 힘입어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이 같은 중동의 '오일 머니'는 특히 최근 들어 각국의 증권거래소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21일 미국 2위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의 지분 19.9%를 주당 41.04달러에 인수했다.이와 함께 나스닥이 보유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지분 28%도 매수했다.

그 대신 나스닥은 두바이 증권거래소가 보유했던 스웨덴 증권거래소 OMX의 지분을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두바이와 금융 허브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카타르도 국영 투자회사를 통해 LSE의 지분 20%를 매입했다.이에 따라 LSE의 지분 절반가량이 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밖에도 이날 UAE 아부다비 정부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지분 7.5%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화학회사(SABIC)는 지난달 말 제너럴일렉트릭(GE)의 플라스틱 사업부를 116억달러에 매입하는 등 최근 들어 전 세계 M&A 시장에서 중동 오일 머니의 파워가 폭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중동 국가가 주도한 M&A 규모는 1040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646억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특히 이들 산유국이 올해 실시한 M&A 가운데 640억달러의 거래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활발하게 사들인 곳은 미국과 영국.올 들어 산유국들은 미국 내에서 232억달러에 달하는 21건의 M&A를 성사시켰고,영국에서는 139억달러에 달하는 19건의 M&A를 실행했다.

이같이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 M&A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주요 이유는 물론 연일 치솟고 있는 유가 때문이다.모건스탠리의 시르한 세빅 분석가는 올해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 총액이 8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8~2002년 수출 총액 2280억달러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원유 수출로 인한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5.4%에서 지난해 30%로 대폭 높아졌다.

이들 산유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부펀드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이 보유한 국부펀드 총액은 1조500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세계 헤지펀드 업계 전체 규모와 맞먹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들어 전 세계 M&A 시장에서 중동 산유국의 영향력 확대가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며 "향후 M&A 시장은 중동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신흥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