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GM, 노조까지 '찬물'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노동자 8만여명이 37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부품업체들까지 타격을 입어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 경제에 더욱 큰 주름살을 드리울 전망이다.전미자동차노조(UAW)는 고용계약 협상 마감 시한인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까지 GM과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그날부터 전국적인 파업을 시작했다.

UAW는 자동차 산별노조로 지난 13일부터 미 자동차 3사 중 GM과 우선적인 협상을 벌여왔다.

UAW에 속한 GM 직원은 7만3000여명이다.이들을 포함한 8만여명이 80여개 사업장에서 동시에 파업을 시작했다.

GM 노조가 1~2개 사업장이 아닌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는 것은 1970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UAW가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전국적인 GM 사업장에서 파업에 돌입한 지 2일이 지남에 따라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파업 첫날만 1만2000여대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파업 이틀째에 접어든 25일엔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는 GM 공장에까지 파장이 번지고 있다.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본의 아니게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더욱 큰 문제는 부품업체다.

이미 GM의 신차를 딜러에게 배달하는 팀스터스노조의 1만여명이 할 일을 잃었다.

GM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들도 조만간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미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총 71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중 300만명이 GM 파업으로 잠시 일손을 놓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만일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갈 경우 2차 부품업체들부터 본격적인 부도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신용평가회사인 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위스는 "파업이 한 달간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은 0.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UAW가 파업을 강행한 것은 일자리 축소 등 일방적인 희생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GM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은퇴자와 가족 30만여명의 의료보험 등을 담당할 '퇴직자의료비펀드(VEBA)' 신설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해왔다.

UAW도 VEBA 신설엔 찬성하면서도 회사 측이 더 많은 자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해왔다.

사측이 이를 거절해 이 문제가 표면적인 파업 이유로 꼽힌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일자리 보호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UAW는 VEBA 신설을 통해 회사 측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고용 보장과 상여금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구체적으론 미국 공장 폐쇄를 중지하고 흑자를 낼 경우 고통을 감내한 종업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해 달라고 주장했다.

사측이 이에 대해 진전된 방안을 내놓지 않자 UAW가 전격적인 파업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파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론도 좋지 않은 데다 파업기금도 모자란다.

더욱이 UAW 조합원 수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배리는 "전국적인 파업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이 길어질 경우 그 대상이 1~2개 사업장으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노사는 파업 기간 중에도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