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거꾸로 가는 한국의 기업환경

세계은행이 178개국을 대상으로 2006년 4월부터 2007년 6월까지 기업환경 변화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23위보다 7계단이 떨어진 30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환경개선을 하겠다고 부산을 떨었던 데 비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창업(創業)환경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9계단이나 떨어진 110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세계은행 평가를 보면 한국에서 창업할 경우 총 10단계, 평균 17일이 걸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은 이보다 짧은 6단계, 14.9일이었다.

창업비용도 우리가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았다.물론 과거에 비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훨씬 더 빨리, 과감하게 창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이 어렵다는 것은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창업만 그런 게 아니다.고용, 투자자 보호, 소유권 등기, 은행 융자, 폐업 등의 측면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기업환경이 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나아진 것은 교역 분야가 거의 유일하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기업환경 측면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창업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기업투자가 늘어나며, 외국인 투자가 밀려들 것이라고 정부가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잘못된 판단도 없다.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보다 기업환경이 훨씬 좋다고 평가된 싱가포르 뉴질랜드 미국 홍콩 덴마크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아이슬란드 등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고 그보다 더 좋은 기업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를 살리는 첩경(捷徑)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