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후판값 급등… '사재기' 까지

공급부족에 40% 상승… 재고줄어 대란 우려
수입 후판(선박 건조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수주물량 급증과 신생 조선소의 난립 등으로 수급난이 가중되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후판대란'이 현실로 다가온 것.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등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후판 가격이 9월 들어 거의 매주 인상되면서 t당 71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올초만 해도 t당 510~520달러에 머물던 수입 후판의 유통가격이 공급부족에 재고감소까지 겹치면서 40% 가까이 급등했다.

통상 국산 후판 가격보다 t당 5만~6만원 낮은 가격에 형성되던 수입 후판의 유통가격이 국내산 중 가장 비싼 동국제강의 공급가격(t당 72만원) 수준까지 상승한 셈이다.이처럼 수입 후판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 때문이다.

한국조선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국내 후판 수요는 752만t에 달한다.

하지만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공급량은 410만t에 불과하다.나머지 342만t은 일본이나 중국 철강업체로부터 수입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250만t에 그치고 있다.

수입물량을 감안해도 90만t가량 부족한 셈이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후판 재고마저 감소하고 있다.수입 물량이 7월 이후 거의 들어오지 않으면서 후판 수입 재고도 적정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유통업체들의 사재기도 후판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수입 후판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선취매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후판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 후판이 높은 가격에 계약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중 판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다른 업체 제품까지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 수출 물량이 많은 중국 철강업체들은 국내 조선업계의 다급한 상황을 즐기며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중동과 유럽으로 나가는 봉형강 물량도 넘치고 있어 굳이 한국에 후판을 수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 JFE스틸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조선용 후판 가격을 t당 20달러 올리면서 해외 철강업체들이 조선소에 직접 공급하는 후판 가격의 도미노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철강업계 관계자는 "품질이 좋은 중국산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800달러대까지 치솟고 있다"며 "중소형 조선사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공급량 자체가 적어 이마저 확보하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