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베이징서 개막‥北核불능화 '낮은단계' 합의할듯

북한이 연말까지 하기로 한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낮은 단계'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개막된 27일,한국과 미국 정부는 불능화 부분에서 북한의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요구 수준을 낮추고 대신 핵물질 신고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북핵 시설에서 핵심 장비를 제거하되 이를 국외로 반출하라는 남측과 미국의 요구와 달리 북한 내에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도록 하자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불능화를 철저하게 하는 것보다 (핵폐기를) 빨리 개시하고 진척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능화를 얼마나 더 철저하게 할 건가를 갖고 두세 달 협상에 시간을 낭비하면 핵 폐기가 그만큼 늦춰진다"며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도 "불능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공동 성명에 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담 참가국들은 개막 다음 날인 28일부터 공동선언 초안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합의문을 반드시 내겠다는 공통의 목적의식을 갖고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원칙에만 합의가 돼있을 뿐 방법론에선 많은 쟁점이 남아 있어 공동성명이 나오더라도 어설픈 불능화라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힐 대표는 북한과의 쟁점에 대해 "불능화와 관련해 우리는 더 하고 싶고 북한은 덜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원자로·재처리시설·핵연료봉 공장 등 가동 중단 상태인 북한의 3개 핵 시설의 핵심 장치를 제거해 복구를 못하게 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이 장치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론이 안난 상태다.

미국은 반출까지 원하는 반면 북한은 외부 송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회담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나올 리는 만무하다"고 말해 기대 수준을 낮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북한의 요구를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불능화 부분에서 북한에 양보하는 대신 북한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원료용 우라늄 농축에 쓰는 원심분리기와 알루미늄관을 수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우라늄 관련 개발 프로그램을 신고 대상에 넣으라고 요구해왔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