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강정원 2기체제… 지주회사 전환ㆍM&A 속도낸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28일 강정원 행장(57)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함에 따라 '강정원 2기체제'가 사실상 확정됐다.

강 행장은 연임과 함께 내실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은행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증권사 보험사 등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강 행장은 행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에서 단독 행장 후보로 추천받는 과정에서 '2기'의 경영전략을 '1기'와는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실경영이 연임의 밑바탕

국민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강 행장의 연임추천 배경으로 "3년 전 매우 어려웠던 시기에 행장을 맡아 소신있는 내실경영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자산건전성과 수익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을 들었다.금융권이 카드사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강 행장이 국민은행을 잘 관리했다는 얘기다.

강 행장은 국민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2004년 말 2.64%에서 올 6월 말엔 0.8%로 끌어내렸다.

대신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1.01%에서 올 6월 말엔 13.42%로 높였다.건전성이 높아진 만큼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국민은행은 2004년 한 해 당기순이익이 3602억원에 불과했으나 2005년엔 국내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올해엔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는 3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내실에만 집중한 나머지 성장은 도외시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국민은행의 자산총액은 2004년 말 199조원에서 올 6월 말엔 221조원으로 22조원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119조원에서 199조원으로 증대시켰고,신한은행은 2005년 말 163조원에서 199조원으로 늘렸다.

또 외환은행이나 KGI증권 인수 등에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리딩뱅크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노조로부터는 비전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성장전략 추진"

행추위 관계자는 "강 행장이 행추위원 전원과 가진 두 차례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성장전략 실천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 행장이 구상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새 성장전략은 △지주회사 체제전환 △적극적인 해외진출 △비은행사업 다각화 등이다.

이 가운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이미 이달 초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금융회사 M&A 등에 쓸 수 있는 돈이 5조원에서 18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강 행장을 보좌하고 있는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아직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며 그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시너지가 없으며 포트폴리오상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가장 보완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신한 우리 등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외사업 강화에도 주력할 전망이다.이를 위해 해외 지점이나 법인 개설 등은 물론 해외 은행 인수 및 지분 참여 등 공격적인 방법이 구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