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경제성장 멈추게 한 5가지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174위로,대표적인 빈곤국가로 꼽히는 방글라데시나 내전으로 골병이 든 르완다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기름값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도 결국엔 누적된 경제침체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미얀마 경제성장을 멈추게 한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 우선 만연한 부패가 걸림돌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지난달 미얀마의 투명성 지수가 1.4점으로 소말리아와 함께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둘째 원인은 '고립'.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장군은 폐쇄적 경제정책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수출의 70%를 차지하던 쌀 수출은 한 해 200만t에서 50만t으로 급감했다. 셋째 원인은 장기간에 걸친 군사 독재정권. 네윈이 1988년 민주봉기 이후 물러난 뒤에도 군부는 정권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연합야당인 민주국민동맹의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감금하는 등 민중 탄압의 강도를 더 높였다.국가를 이끌어갈 기본 이념으로 '자본주의' 대신 '사회주의'를 선택한 것이 미얀마를 수렁에 빠뜨린 넷째 요인이다. 반영(反英) 군사지도자 출신인 네윈 장군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멀쩡하던 민간기업을 모두 국유기업으로 바꿔 버렸다. 시장의 효율성은 미얀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말라버렸다. 다섯째로 천연가스 석유 목재 등 풍부한 자원이 미얀마 경제에는 오히려 독(毒)이 됐다. 큰 노력없이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면서 경제 혁신에 대한 욕구가 줄어드는 이른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풍부한 천연자원의 부정적인 효과)'이 미얀마에 확산된 것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