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쇼크 제2탄‥27세 MIT 여성박사 교수 전격 채용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미국 MIT 대학에서 올해 초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국적의 27세 여성을 조교수로 전격 임용했다. 이번 임용은 KAIST가 최근 테뉴어(정년보장) 교수의 기준을 강화한 이후 실시한 심사에서 상당수 50대 교수들을 탈락시킨 것과 동시에 이뤄져 주목된다.

KAIST는 1일 MIT 기계공학과에서 지난 2월 박사학위를 받은 메리 캐서린 톰슨씨를 건설 및 환경공학과 조교수로 지난달 20일자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MIT 출신으로 한국계가 아닌 순수 외국인이 KAIST 교수로 임용된 것은 톰슨씨가 처음이다.톰슨 교수는 1980년 미국 피츠버그 태생으로 MIT 기계공학과에 1998년 입학해 학.석.박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박사학위는 기계의 마찰과정에서 발생하는 마모 현상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기법을 연구해 3년 만에 취득했다. 그는 'MIT 기계공학과상'을 두 번 수상했고 국제기계공학학회에서 주는 최고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재학시절 12만달러의 기금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매니저를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톰슨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신문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KAIST는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으로 거듭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돈,상상력 그리고 노력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인 공학 시스템과 관련한 분석과 설계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할 것"이라며 "특히 기존의 디자인 방법론과 다른 디자인 프로그램에 대한 해석 적용을 위해 은사인 서남표 총장이 고안한 '공리적 설계 이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톰슨 교수는 KAIST에서 추진하는 융합기술 연구를 위한 미래도시 연구소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KAIST 학생들에 대해 톰슨 교수는 "MIT 학생들보다 예의가 바르고 공손한 것 같다"며 "특히 연구비나 연구공간을 확보하는데 협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재미"라며 "학생들에게도 불가능에 도전하는 자세와 즐거움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톰슨 교수의 이번 채용에는 박희경 건설 및 환경공학과 학과장이 직접 MIT를 방문해 뛰어난 박사 후보자들을 물색하던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이와 관련,"박사를 마치고 교수직을 찾는 사람 중에서 뛰어난 과학자를 고르는 것은 이미 늦다"며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이들 가운데서 골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뛰어 다녀야 한다"고 학과장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KAIST에는 현재 톰슨 교수를 포함해 모두 7명의 외국인 전임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