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수 승진 또 무더기 탈락…교수사회 '무한경쟁' 시대로

서울대가 2학기 교수 승진 심사에서 승진 대상자 147명 중 55명을 탈락시켰다.

서울대는 1일 2학기 교수 승진 심사에서 전체 승진 대상자 147명 가운데 37.4%인 55명에게 '승진 유보'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지난 1학기에 승진 대상자 중 33%가 승진이 유보된 데 이어 2학기에도 무더기로 탈락자가 나온 것이다.

이번 2학기 승진 심사 탈락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번 승진 심사는 기금교수를 포함,전임 이상 교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탈락자는 승진에 필수적인 연구 성과를 채우지 못해 스스로 승진 신청을 하지 않은 유보자와 대상에 올랐지만 대학에서 탈락시킨 제외자가 포함됐다.

승진 탈락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단과대학별로 승진 심사 기준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면서 탈락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대의 단과대학은 앞다퉈 교수에 대한 평가와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특히 공대의 경우 정교수가 되려면 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포함되는 국제학술지에 5편 이상의 논문을 등재해야 한다.

자연대도 국제 학술지 인용지수 상위 20% 안에 드는 학술지에 5편의 논문을 실어야 정교수 승진이 가능하다.

올해 처음 '예비 심사제도'를 도입한 자연대는 대학 본부가 테뉴어(정년 보장 교수) 심사를 하기에 앞서 단과대학이 두 차례에 걸쳐 자체적으로 승진 심사를 진행토록 했다.서울대 경영대도 최근 정년 보장 교수 승진 시 논문 게재 편수가 아닌 분야별로 톱3에 드는 논문 수를 심사토록 해 심사 기준이 '질적 평가' 위주로 바뀌었다.

서울대 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때가 되면 정교수가 되는 관행을 없애고 연구 실적 등이 뛰어난 교수들은 남보다 빨리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승진 규정을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테뉴어 심사'에서 신청자 35명 중 절반에 가까운 15명(43%)을 퇴출시킨 데 이어 서울대도 이처럼 승진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교수사회도 무한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려대의 한 교수는 "사립대들도 테뉴어,승진과 관련된 제도를 잇달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수로 임용된 후 큰 문제가 없으면 승진을 하고 정년을 보장받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