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씨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출간

작가 천명관씨(43)가 장편 소설 '고래'를 내놓은 지 3년 만에 첫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문학동네)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 당선작이자 등단작인 '프랭크와 나'를 비롯해 올해 계간지 여름호에 게재한 작품까지 총 11편의 단편이 담겨있다.그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그러면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삶의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세일링'에서는 주인공이 가족들과 성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아내의 '불륜'을 끄집어낸다.'13홀'에서는 아이들이 천진하게 노는 가운데 친구의 '시체'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 불가능한 삶속에서도 주인공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돈'도 안되는 초능력을 계속해서 꿈꿔온 가장('숟가락아,구부러져라')이나,사업 차 캐나다에 갔다가 돈만 날리고 온 남편을 둔 주부('프랭크와 나')도 냉엄한 현실을 마주할 뿐 그 안에서 별다른 '액션'을 취하진 않는다.작가는 "내 소설에서는 불확실한 삶 안에서 구원을 꿈꾸는 사람들을 보여줄 뿐"이라며 "구원을 바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그런 바람이 옳고 그른지는 판단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소설의 무거운 주제들과 달리 책장은 빨리 넘어간다.

단문으로 이뤄져 읽기 편한 데다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천씨는 "단편을 쓸 때는 장편과 같은 집중력보다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을 편하게 담아내려 한다"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