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롱런의 야심'…"12월 총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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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총선 출마"…총리로 권력유지 야심"크렘린(대통령궁)에서 모스크바강을 거슬러'러시안 화이트 하우스' (정부청사)로 향하는 푸틴"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4월 대통령 퇴임 뒤 총리직에 오를 의사가 있음을 밝히자 중앙정치를 계속 장악하려는 푸틴의 야심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소개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권 통합러시아당 당대회에서 오는 12월 국가두마(하원) 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당원들이 푸틴의 총리 취임을 원한다고 연호하자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총리가 되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푸틴이 2012년 대통령 출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영국 BBC도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라는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푸틴이 2000년 이후 2기 정부를 이끄는 동안 러시아는 고유가 등을 발판으로 경제성장에 다시 시동을 걸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장기 집권 욕심에 대한 비판 여론보다 맹목적인 듯한 지지가 앞서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먼저 푸틴은 에너지 산업 국유화와 대형화,이를 발판으로 한 외교력 강화로 러시아 국민경제를 일으켜세우고 실추된 국민적 자존심까지 회복시켜 주었다.
1991년의 러시아 경제규모를 100으로 잡을 경우 옐친 정부 말기인 1998년 경제규모는 60까지 떨어졌다.
푸틴은 이 수치를 지난해 102까지 올려 세웠다.1인당 국민소득만 해도 1999년 1334달러에서 작년 6800달러로 급증했다.
속된 말로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준 푸틴을 국부(國父)처럼 추앙하는 분위기다.
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우크라이나에 작년 1월 가격 협상 불발을 이유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친서방 포위망을 해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옛 소련의 영화는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 러시아 국민들에게 '애국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쟁의 온상이었던 국가두마 장악을 통해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의회로 만들어 국민들이 오로지 경제활동에 전념토록 한 것도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3회 연임이 헌법상 불가하다고 해서 권좌에서 순순히 물러날 정치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푸틴으로서는 통치력을 좀 더 유지,자신이 불을 붙인 '러시아 재건'에 마침표를 찍길 원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그는 "크렘린을 떠난 뒤에도 러시아 정계의 한복판에 남기를 원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 총리가 대통령에 비견할 만한 권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모스크바 정치과학센터(CPT)의 알렉세이 마카르킨 부대표는 "대통령이 헌법적 권위는 유지하겠지만 실질적 권한은 총리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지난 9월 중순 총리에 기용돼 역시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빅토르 주브코프 모두 푸틴과 같은 KGB 출신이거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어서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BBC는 크렘린이 미디어를 통제하고 야당 지도자들을 계속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푸틴의 정치적 술수에 반대할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