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 김위원장 포옹없는 첫 만남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 남북 정상회담'이 2일 평양에서 시작됐다.

분단 역사상 두 번째이자 2000년 김대중-김정일 회담 이후 7년여 만의 남북 정상 간 회담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은 뒤 전용 승용차로 평양에 도착,3일간의 정상회담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3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 공동 번영과 한반도 평화,화해와 통일 등을 의제로 구체적인 평화체제 구축 방안과 남북 경제공동체 구성 방안을 놓고 포괄적인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토대로 '평화선언'과 같은 형태의 합의문을 채택할 가능성도 크다.노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전용 승용차 편으로 청와대를 떠나 1시간여 만에 군사분계선 앞 약 30m 지점에 도착,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오전 9시5분께 걸어서 이번 행사를 위해 노란선으로 미리 그려진 MDL을 넘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를 달려 오전 11시30분께 평양에 도착했다.노 대통령은 평양 도착 직후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두 정상은 "반갑습니다"라며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북한군 의장대를 함께 사열했다.

김 위원장은 7년 전 평양 순안공항에 깜짝 나타나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영접하는 파격을 연출한 데 이어 이날도 공식 통보 없이 노 대통령의 환영식에 전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이날 영접에서 김 위원장은 7년 전과 같은 뜨거운 포옹이나 환한 웃음은 보이지 않았으며,사뭇 굳은 표정으로 노 대통령과 가볍게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 공식 환영 행사장은 당초 평양 입구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이날 오전 갑자기 바뀌었다.

노 대통령은 평양 도착 성명에서 "(지금 남북 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이며,지난날의 쓰린 역사는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며 "이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땅에 평화의 새 역사를 정착시켜 나가야 하고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 직후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여장을 풀었으며 오후에는 명목상 북한의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수대 의사당에서 면담했다.

이어 저녁에는 목란관에서 김 상임위원장이 마련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김 국방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평양으로 떠나기 앞서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 인사를 통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의제들이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MDL을 넘기 직전 밝힌 '평화의 메시지'를 통해 "이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는,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노 대통령은 이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 놓고 있는 장벽"이라면서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은,우리 민족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평양=공동취재단/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