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모델하우스' 확산 … 침실ㆍ주방 등 실물처럼 입체 감상

청약과열을 막기 위한 인터넷 청약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실물 모델하우스의 대안으로 사이버모델하우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판교신도시 분양 때 시범적으로 실시됐던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작년 12월부터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있다.또 청약과열이 우려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건설사에 사이버 모델하우스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과 9월 분양됐던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와 용인 동천래미안처럼 앞으로는 예비 청약자들이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보고 신청할 아파트를 골라야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용 방법과 유의점 등을 알아본다.◆상하·좌우로 돌려볼 수 있어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건설업체들이 각 분양단지 홈페이지에 선보이고 있는 사이버모델하우스는 동영상 방식과 VR(Virtual reality)파노라마 방식 등 크게 두 가지다.

동영상 방식은 실물 모델하우스를 영상카메라로 찍어 내레이션,입히기 등 편집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통상적인 동영상을 생각하면 된다.

VR파노라마 방식은 실제 모델하우스의 구석구석을 사진카메라로 찍은 뒤 각 사진을 '스티칭(stitching)'이라는 이어붙이기 작업을 통해 3차원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거실,주방,침실 등 내부 공간을 상하·좌우로 360도 돌려보거나,마감재 등을 확대해 볼 수도 있다.삼성물산(래미안 길음뉴타운8단지) 대림산업(오산세마 e편한세상) 현대산업개발(화성 봉담 아이파크) 등 대다수 업체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동영상과 VR파노라마 방식 모두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건설사들은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3~4일 이내에 제작하고 있다.

비용은 대략 500만원 정도로,통상 20억원 안팎인 실물 모델하우스보다 훨씬 싸다.

◆비용은 실물보다 훨씬 싸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작년 판교신도시 아파트에 처음 도입됐을 때는 기술 부족으로 VR파노라마 화면이 360도 회전이 안되거나,사진 컷이 모자라 보고 싶은 구석구석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이용자들의 원성이 많았다.

지금은 실물 모델하우스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많이 개선됐지만,여전히 단점이 있고,이용자들이 주의해서 봐야 할 측면도 있다.

우선 동영상 방식은 실물에 가까운 모델하우스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건설업체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중심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정작 수요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또 VR파노라마 방식은 집안 곳곳을 빠짐없이 둘러볼 수 있는 게 매력이지만,2차원 사진 이미지를 3차원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간 왜곡 현상'이 생긴다.

또 VR파노라마 방식은 화면 속 원근감 때문에 화면상의 면적과 실제 면적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의 경우 실제보다 훨씬 길어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아직까지 마감재 세부항목을 따로 표시하지 않거나 기본과 옵션 품목을 구분해 놓지 않은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도입 꺼리는 업체도 많아

아직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만지는 데 익숙해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외면할 것을 우려,도입을 꺼려하는 건설업체들도 적지 않다.

또 실물 모델하우스가 있어야 사이버모델하우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발상 자체가 앞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당첨자 발표 전에 사용되는 실물 모델하우스의 보조 수단 정도로 간주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