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ㆍ행운 부르는 모란의 미학

중국 허난(河南)성의 고도(古都)인 뤄양(洛陽)의 별칭은 모란성(牧丹城)이다.

수나라 때부터 모란을 재배하기 시작해 당나라 때부터는 모란을 즐기는 축제가 풍습이 됐다.지금도 뤄양에선 350여종의 모란이 재배되고 있고 해마다 4월이면 모란축제가 열릴 정도로 모란 사랑이 각별하다.

그런 만큼 모란은 일찍부터 그림의 소재로도 사랑받아 왔고 지금도 국빈급 인물에겐 모란 그림을 선물하는 예가 흔하다.

중국 최고의 모란화가로 손꼽히는 왕시우(王繡·65·여) 뤄양박물관장이 5~14일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 2층의 다보성갤러리(관장 김종춘)에서 국내 첫 초대전을 연다.왕 관장은 하얼빈 사범대 미술과를 졸업하고 40여년간 모란을 그려온 국가 1급 작가.

사물의 겉모습보다 내면적 진실성을 담아내는 데 치중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사의(寫意)화법을 계승하면서 수채화와 유화 기법을 가미해 일가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외 대형 전람회에 40여 차례 참가했으며 태국의 국왕과 인도·싱가포르 총리 등 국빈급 선물로 작품이 증정되고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도 작품이 걸려있을 만큼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이번 초대전에는 그의 모란 그림 70여점이 전시된다.

모란의 왕과 왕후로 불리는 품종인 '요황'과 '위자'를 주로 화폭에 담았다.

'국색천향'(國色天香)''낙포춘운(洛浦春韻)' 등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을 선보이고,대상을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공필(工筆)기법으로 그린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왕 관장은 "온화하고 신기한 모란꽃 그림의 매력에 빠져 송대 화가부터 근대 유명 작가에 이르기까지 모란꽃 작품을 얼마나 모사했는지 모른다"며 "그러나 '북국의 얼음성'(하얼빈)에선 모란을 만날 기회가 없어 대학 졸업 후 뤄양에 가서야 꿈을 이루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모란꽃으로 유명한 왕성(王城)공원 옆에 살고 있는 그는 "뤄양의 오랜 역사와 문화,특히 아름다운 모란꽃이 나의 예술적 영감에 불을 지폈다"면서 모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초대전은 1998년 국립부여박물관장 재직 시절 '뤄양박물관 한국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남다른 친분을 쌓은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이 주선하고 한국고미술협회장이기도 한 김종춘 관장이 후원해 성사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