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는 벌타도 비켜간다? ‥ 한국오픈 김경태, 볼 닦을 수 없는 상황서 주머니에 넣어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오픈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일이 일어났다.

국내 남자골프의 '간판' 김경태가 2라운드에서 벌타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는데도 대한골프협회(KGA·회장 윤세영) 경기위원회는 그에게 '벌타 없음' 판정을 내렸다.이를 두고 골프전문가들은 KGA가 '팔이 안으로 굽는 판정'을 내린 것 아닌가 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우정힐스CC 16번홀(파3).김경태와 양용은의 볼이 그린 옆 벙커에 나란히 떨어졌다.

양용은이 샷을 하면 김경태 볼의 라이가 변경될 수 있었기 때문에 김경태는 자신의 볼을 마크하고 집어들었다.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이 경우 집어올린 볼을 닦을 수 없다(규칙 21조).집어든 볼이 보이지 않게 뒷짐을 지거나 캐디에게 던지는 등 볼을 닦을 수 있다고 의심이 들 만한 행동을 하면 클레임이 걸려 1벌타가 부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볼을 두 손가락(집게와 엄지)으로 살며시 들어 멀찍이 떨어진 곳에 놓았다가 동반자가 샷을 마치면 리플레이스를 해야 오해가 없다.하지만 김경태는 볼을 집어든 뒤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모래가 묻은 볼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것은 뒷짐을 지거나 캐디에게 던지는 일 못지않게 볼을 닦았다는 클레임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이 대회를 중계하던 방송해설자가 이를 언급했고,KGA는 6일 경기위원회(위원장 우승섭)를 소집해 그 상황을 논의한 끝에 '김경태가 볼을 닦으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벌타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김경태는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만약 위원회에서 김경태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정했다면 김경태는 '1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채 스코어카드를 제출했기 때문에 '실격'을 당한다.

골프 전문가들은 이 판정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김광배 KLPGA 경기위원장은 "볼을 닦았다고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하면 벌타가 부과되는 것이 추세"라고 주장한다.

2004년 미국LPGA투어 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리나라 S선수가 비슷한 상황에서 볼을 든 채 뒷짐을 졌다.

이를 본 동반플레이어 밀(호주)이 위원회에 클레임을 걸었고,위원회는 S에게 1벌타를 부과했다.

일본골프의 '영웅' 점보 오자키도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김경태와 비슷한 상황에서 벌타를 부과하지 않아 실격당한 사례도 있다.

'선수가 볼을 닦을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형평의 이념에 따라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KGA의 설명은 국내에서나 통할 법한 얘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판정은 김경태 선수에게도 '약'이 될 것 같지 않다.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큰 무대에서 뛰어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