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남북경협과 조윤제 대사

취임 초반기,그 때만 해도 기자들과의 사이가 그렇게까지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추진 의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이런 취지로 말했다."정치인으로 욕심이 난다.

(근사한 행사이기에) 대중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이벤트다." 청와대 기자들과 일요일 비공식 간담회에서 깊은 마음 속 한 편을 보여준 셈이다.

"아직은 여건이 안 됐다"며 그 당시는 상황이 아니라 했지만 일찍부터 '임기 중 한번은…'이라고 욕심 내왔을 것 같다.한반도뿐인가.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근사한 장면 장면들을 만들고 싶은 것은 지지율 몇% 등락에도 울고 웃는 '대중 정치인'에게 기본적인 욕심일지 모른다.

최초의 육로방문,걸어서 군사분계선 통과,김정일 위원장의 손을 잡고 번쩍 올리자 터지는 플래시 세례… 행사마다 사건이 됐다.물론 양념거리 이상도 남겼다.

개성공단 북 근로자들을 앞에 두고 6자회담의 북핵처리까지 설명하는 장면의 어색함이나 사회원로급 인사들도 다수 포함된 방북 동행자들을 배석시킨 환영행사의 긴 연설이 그런 것이다.

이렇듯 방북 마지막날엔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뒷이야기도 듣게 된 데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쉽게 잡기 힘든 대형 이벤트를 무난히 마쳤다고 자평하면서 스스로 상기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더구나 바로 전임자는 남북회담이라는 같은 행사로 노벨상까지 받지 않았던가.

잘 짜여진 쇼 같기도 하고 7년 만의 속편 드라마 같기도 한 행사가 끝났다.

평양에서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시시비비가 없지 않지만 평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남북관계의 두 바퀴가 잘 굴러가길 바라는 차분함이 다수의 시각인 듯하다.

그렇다면 많은 국민들이 잘했다고 박수만 보내지 않는 이유가 뭘까.

여러 논리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현실론이다.

"잘해보자는 것,다 좋은데….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라는 것,결국 돈 이야기다.

정부가 가장 솔직해야 할 부분일지 모른다.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 대목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조윤제 주영 대사의 언급이 떠오른다.

"남북 화해,통일시대에 대비해 (북한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자본이 흘러가도록 하는 방안을 (주요 국제금융시장인 런던에서) 연구해볼까 한다." 2005년 1월 초 영국대사로 출국하기 직전이었다.

인사차 만나 "영국과는 별 현안도 없는데 가장 큰 임무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잠시 망설이다 들려준 대답이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조 보좌관의 보고서에는 혼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극찬을 받았던 그였다.

때문에 "보좌관은 1년짜리"라고 했던 현 정부 초기에 2년 가까이 경제보좌관으로 일해 노 대통령의 경제관에 누구보다 많은 영향을 끼쳤던 그였기에 새삼 새롭게 기억되는 말이다.

북한에 대한 자금지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 돈이 바로 가면 '퍼주기'로 보이기 쉽고,기업자본이 가기에는 아직은 투자내용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제기구,국제시장의 자금이 우리 정부 안내로 중장기적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고위험 고수익' '미국과 수교를 앞둔 최후의 미공개 시장,북에 선투자' 이런 개념으로.재원 문제의 한 축을 여기에서 먼저 풀어나갈 수 있다.

현 정부의 국제적 역량을 평가받을 좋은 계기도 될 것이다.이 역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허원순 정치부 차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