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미래다] 돈으로 해결할수 없는 +α를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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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요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독점 기업인 인텔의 아성을 흔들고 있는 무서운 2인자다.
1969년 설립 당시 제로였던 시장점유율을 최근 25%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후발 주자인 AMD가 도무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인텔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은 뭘까.
일반 직원뿐 아니라 기술 인력에 대해서도 별도의 승진 체계를 두고 있는 AMD의 독특한 인사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선 나이 든 이공계 인력이 '연구를 포기하고 관리자가 되느냐,아니면 낮은 직급으로 계속 연구를 하느냐'라는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관리직으로 승진하자니 경력 관리 측면에서 상경계 출신보다 불리하고,연구를 계속하자니 낮은 직급이 마음에 걸리는 것.하지만 AMD에선 기술 인력이 별도의 승진체계를 따라 일반 직급과 경쟁할 필요 없이 최고경영자(CEO) 바로 밑인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라갈 수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만난 빌 가드너 AMD HR담당 이사는 "관리 업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기술 분야에선 최고를 자부하는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이 같은 승진 체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명 대학의 경영학 교수들도 우리 시스템을 연구하고 싶다며 종종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이제 '돈'은 기본이다.단순히 돈만 더 준다고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엇(+α)'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인재전쟁'의 공동저자인 맥킨지컨설팅 컨설턴트 에드 마이클스와 헬렌 핸드필드-존슨 등은 '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가 여기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설득력있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회사는 인재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AMD의 경우에서 보듯 인재를 감동시키기 위한 '+α'를 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적 음료업체 펩시는 젊은 직원도 능력만 있으면 입사 후 6개월 만에 작은 팀을 관리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 욕구가 강한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세계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의 사례도 이 같은 '+α'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회사 직원인 라이언 노엘은 몇 년 전 아프리카로 6개월가량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노엘은 임신부들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펼쳤다.
경비는 걱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모두 대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자원봉사 기간에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왔다.
화이자에서 7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개발도상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경우 6개월간 급여와 필요 경비를 모두 지급하는 '화이자 펠로즈(Pfizer fellows)' 프로그램을 이용한 덕분이다.
미국 뉴욕 본사에서 만난 리자 브룩스-그리어 화이자 리더십 교육·개발담당 이사는 "요즘 젊은 인재들은 금전적 보상이나 직장에서의 성취를 이루는 것 외에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이 같은 수요에 맞춘 게 화이자 펠로즈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또 직원들이 아파서 병원에 다닐 경우 의사의 처방이 붙은 모든 의약품에 대해 약값을 대신 내준다.
화이자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약업체의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일류 기업들은 여성 인재 유치를 위해서도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여성들은 임신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돈보다 다른 조건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BM은 여성들의 이런 심리를 파악,출산 여성이 무급으로 3년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기간에 월급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준다.
특이한 점은 출산 휴가를 다녀온 여성이 복직할 때 휴직 당시 직무에 준하는 업무를 보장한다는 것.업무 단절이 불이익으로 이어질까봐 출산 휴가를 꺼리는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존슨앤드존슨과 시스코시스템스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육아보호시설을 운영한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는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과 재택근무 허용으로 일하는 엄마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재택근무를 도입한 뒤 여직원들의 출산 후 복귀율이 95%에 달했다.
대기업에 비해 인재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경영진과 직원들의 밀착도를 높이는 방식을 선호한다.작년 초 나스닥에 상장한 신흥 제약업체 아코다의 데니스 두카 부사장은 기자에게 "CEO가 1년에 네 차례 이상 직원들과 공식 대화를 갖는 것은 물론 틈틈이 직원들 사이에 파고들어 비공식 대화를 나눈다"며 "직원들이 CEO나 직장 상사에게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오스틴(텍사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1969년 설립 당시 제로였던 시장점유율을 최근 25%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후발 주자인 AMD가 도무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인텔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은 뭘까.
일반 직원뿐 아니라 기술 인력에 대해서도 별도의 승진 체계를 두고 있는 AMD의 독특한 인사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선 나이 든 이공계 인력이 '연구를 포기하고 관리자가 되느냐,아니면 낮은 직급으로 계속 연구를 하느냐'라는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관리직으로 승진하자니 경력 관리 측면에서 상경계 출신보다 불리하고,연구를 계속하자니 낮은 직급이 마음에 걸리는 것.하지만 AMD에선 기술 인력이 별도의 승진체계를 따라 일반 직급과 경쟁할 필요 없이 최고경영자(CEO) 바로 밑인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라갈 수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만난 빌 가드너 AMD HR담당 이사는 "관리 업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기술 분야에선 최고를 자부하는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이 같은 승진 체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명 대학의 경영학 교수들도 우리 시스템을 연구하고 싶다며 종종 이곳에 들른다"고 말했다.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이제 '돈'은 기본이다.단순히 돈만 더 준다고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엇(+α)'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인재전쟁'의 공동저자인 맥킨지컨설팅 컨설턴트 에드 마이클스와 헬렌 핸드필드-존슨 등은 '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가 여기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설득력있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회사는 인재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AMD의 경우에서 보듯 인재를 감동시키기 위한 '+α'를 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세계적 음료업체 펩시는 젊은 직원도 능력만 있으면 입사 후 6개월 만에 작은 팀을 관리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 욕구가 강한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세계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의 사례도 이 같은 '+α'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회사 직원인 라이언 노엘은 몇 년 전 아프리카로 6개월가량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노엘은 임신부들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활동을 펼쳤다.
경비는 걱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모두 대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자원봉사 기간에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왔다.
화이자에서 7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개발도상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할 경우 6개월간 급여와 필요 경비를 모두 지급하는 '화이자 펠로즈(Pfizer fellows)' 프로그램을 이용한 덕분이다.
미국 뉴욕 본사에서 만난 리자 브룩스-그리어 화이자 리더십 교육·개발담당 이사는 "요즘 젊은 인재들은 금전적 보상이나 직장에서의 성취를 이루는 것 외에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이 같은 수요에 맞춘 게 화이자 펠로즈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또 직원들이 아파서 병원에 다닐 경우 의사의 처방이 붙은 모든 의약품에 대해 약값을 대신 내준다.
화이자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약업체의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일류 기업들은 여성 인재 유치를 위해서도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여성들은 임신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돈보다 다른 조건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BM은 여성들의 이런 심리를 파악,출산 여성이 무급으로 3년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기간에 월급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준다.
특이한 점은 출산 휴가를 다녀온 여성이 복직할 때 휴직 당시 직무에 준하는 업무를 보장한다는 것.업무 단절이 불이익으로 이어질까봐 출산 휴가를 꺼리는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존슨앤드존슨과 시스코시스템스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육아보호시설을 운영한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는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과 재택근무 허용으로 일하는 엄마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재택근무를 도입한 뒤 여직원들의 출산 후 복귀율이 95%에 달했다.
대기업에 비해 인재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경영진과 직원들의 밀착도를 높이는 방식을 선호한다.작년 초 나스닥에 상장한 신흥 제약업체 아코다의 데니스 두카 부사장은 기자에게 "CEO가 1년에 네 차례 이상 직원들과 공식 대화를 갖는 것은 물론 틈틈이 직원들 사이에 파고들어 비공식 대화를 나눈다"며 "직원들이 CEO나 직장 상사에게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오스틴(텍사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