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에게 듣는다] (2) 사카키바라 교수는…외환시장 '3인방' 명성…IMF 맞서 AMF 주창

일본 대장성 재무관(외환담당 차관보)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

시장엔 '미스터 엔'이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그가 이 별명을 얻은 건 1995년 대장성 국제금융국장 시절.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로 주요국 통화가 강세를 띄면서 엔화 가치는 당시 달러당 79엔까지 올라갔었다.

이같은 엔고를 단번에 엔 약세로 돌려 놓은 게 사카키바라 국제금융국장이었다.

그는 강도 높은 시장 개입(엔화 매각, 달러 매입)과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국제외환시장을 흔들어 댔다.결국 엔화 가치를 1995년말 달러당 104엔, 1996년말엔 123엔까지 끌어 내렸다.

1995년 한해동안 외환시장 개입에 쓴 돈만 4조7000억엔에 달했다.

1997년7월 재무관으로 승진하면서는 영향력이 더 커져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과 함께 국제외환시장의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1997년말 한국 등이 겪은 아시아 외환위기도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그는 아시아 통화위기에 대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시장근본주의적 처방을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대안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아시아 주요국들이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회원국 통화가치가 급락할 때 시장에 개입, 환율을 안정시키는 아시아판 IMF를 추진한 것.그러나 일본의 AMF추진을 아시아에서의 패권 도전으로 인식한 미국이 반대해 결국 좌절됐다.

1999년 관직에서 물러나선 학계로 가 연구와 경제평론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게이오대 글로벌시큐리티센터 소장을 거쳐 현재는 와세다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근엔 인도 경제에 관심이 많아 와세다대 인도경제연구소장을 맡으며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생산네트워크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약력>●약력 : △일본 가나가와현 출생(1941년)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1964년) △대장성(재무성) 입성(1965년)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박사(1969년) △대장성 국제금융국장(1995년) △대장성 재무관(1997년) △게이오대 글로벌시큐리티센터 소장(1999년) △와세다대 교수 겸 인도경제연구소장(2006년~현재)

● 주요 저서 : 진보주의로부터의 결별(2000년),일본과 세계가 흔들린 날(2000년),외환을 알면 세계가 보인다(2002년),경제의 세계세력도(2005년),인도를 읽는다(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