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용산까지 크루즈를 다니게 하자

崔在德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

10월 초 드디어 7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분단국가의 국민으로 이번 회담이 갖는 민족적ㆍ역사적 의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또한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보다 현실적 측면에서 남북 경협의 활성화로 건설산업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본다.

그러나 향후 남북간 긴장완화가 건설분야에 미칠 수 있는 더욱 중요한 영향은 따로 있다.북한 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일부 산업분야,특정 지역에 한정된 수혜일 뿐이다.

이보다는 시야를 넓혀 현재의 국토 및 도시공간의 활용 행태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국토 이용과 도시공간 형성에는 남북한 대치 상황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져 있었으며,휴전선과 인접한 서울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그럼 이 시점에서 남북한 긴장완화가 서울의 공간이용 행태에 가져올 변화를 한 번 생각해 보자.대개는 실질적인 성사까지엔 다소 성급하고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장 가시화될 가능성이 큰 변화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는 한강 수운(水運)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공간구조의 재편이다.

그 동안 한강 활성화 계획에서 수운의 필요성은 누누이 제기돼 왔지만 한강 하구(河口)가 휴전선과 인접한 상태에서 한강은 그야말로 '이용하는 강'이 아니라 '바라보는 강'의 역할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남북한의 긴장 완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열리게 되며,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역시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안(案)은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용산과 여의도 지역 한강변에 국제 여객ㆍ화물 터미널을 만들어 분단 이후 단절된 서해~한강 뱃길을 통해 서울에서 중국까지 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 들어 있다.

자연히 터미널 주위에는 경제ㆍ문화 기반시설이 확충되게 마련이다.

용산과 마곡지구를 서울의 대표적인 수변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한강물을 끌어들여 수로(水路)를 만들고 물길을 따라서 상업ㆍ문화시설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들이 현실화된다면 서울시의 공간구조는 크게 변화할 것이며,예측컨대 그 핵심은 서울 서부권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한강 수운의 중심인 용산,여의도와 수변도시인 마곡지구를 잇는 벨트가 활성화될 것이며,이로 인해 지역 중심이자 부도심인 영등포권의 역할이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강과 단절돼 있는 현재의 부도심 등 중심지들의 기능이 새롭게 조성될 수변도시들을 중심으로 한강변을 향해 확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배후에 업무시설,첨단산업시설 등의 기능과 연계 가능성이 커야 하며,도심과의 연계성,접근성 등 인프라 여건도 양호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때 한강 수운을 활용한 새로운 한강 시대의 부도심으로 영등포 지역 등을 정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한 가능성의 하나이지만,더욱 중요한 점은 향후 남북간 협력강화는 특정 산업의 단기적 이익과 같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도시공간과 국토이용에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적절히 예측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도시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힘이 될 것이다.가용할 수 있는 공간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도시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미래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를 갖출 수도 있고 못 갖출 수도 있다.

시대를 반영하고 미래에 투영하는,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