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다세대ㆍ다가구 주택 '뜀박질'

서울에서 비(非)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세대.다가구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층 투자자와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 등 실수요자들이 대거 매입에 나서면서 마포같은 지역에서는 매물부족 속에 가격이 지난해의 2배 이상까지 오른 상태다.

다세대.다가구주택 가격이 이처럼 급등하자 소액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을 위해 저가 주택을 찾아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경매에 부쳐진 다세대.다가구주택 가운데 실제 팔리는 낙찰률이 크게 높아져 아파트를 크게 웃도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마포구의 대표적인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인 망원동 일대는 대지지분 3.3㎡(1평)당 매매가격이 지난해 900만~950만원에서 올해 2000만원 수준으로 배 이상 뛰었다. 전용면적 76㎡(23평)에 대지지분 39㎡(12평)짜리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지난해 하반기 1억2000만원에서 올해 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명지공인 관계자는 "지난 4~5년 동안 꼼짝하지 않았던 다세대.다가구 시세가 올 들어 1억~2억원 정도를 가진 서민층 및 젊은층 실수요자들이 대거 매입에 나서 면서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가격 급등에도 매물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곳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물이 귀해져 지난해에 비하면 50분의 1 수준도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관악구 봉천동 낙성대 주변도 가격이 강세다. 봉천7동과 11동 전용 66㎡(20평),대지지분 33㎡(10평)짜리는 지난해 말 1억5000만~1억6000만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2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봉천11동 만성공인 관계자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젊은층 부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에 가까운 동작구 사당동과 강동구 길동 일대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도 지난해 대지지분 3.3㎡당 1700만원 안팎의 매물이 많았으나,최근에는 2000만원 미만인 매물을 찾기 힘들다.

강남권은 지난해 이미 아파트값과 함께 다세대.다가구주택 값도 크게 올라 최근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이들 주택을 찾는 매수세는 아파트보다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역삼동 진양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아파트를 구하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던 반면,다세대.다가구주택은 1주일에 2~3명 꼴로 찾는다"며 "강북에 재개발 지분을 1~2개 정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동안 공급물량이 부족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다. 서울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설실적은 2002년 10만여가구에 달했지만,주차장 설치기준 강화와 용적률 하향 조정에 따라 2004년부터는 1만가구 미만으로 급감했다. 봉천동 금호부동산 관계자는 "다세대.다가구주택 신축은 거의 없는 가운데 직장인이나 학생 혼자 사는 원룸만 계속 들어서면서 신혼부부들이 살 집이 크게 부족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다세대.다가구주택 값이 급등하자 싼 값에 이들 주택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8월 다세대.다가구주택 낙찰가율(경매가대비 낙찰가 비율)은 110.46%로 이 회사가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낙찰률도 인기가 높은 아파트보다 오히려 20%포인트가량 높은 추세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부동산사업부 팀장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저평가된 물건이 많고 아파트에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없어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매력적"이라며 "그러나 최근 입찰에서는 1채에 20~30명이 참가하는 등 이상과열도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