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세단 제네시스의 '산실'…"벤츠와 품질경쟁 해보자" 구슬땀

남양 종합기술연구소의 현대ㆍ기아차의 '힘'
현대ㆍ기아차 남양 종합기술연구소를 가다

"각종 실험 결과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가 경쟁 모델로 삼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320이나 렉서스 ES350보다 기술적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정호 현대·기아자동차 선임연구원)11일 찾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의 현대·기아차 종합기술연구소.이 연구소 연구원들은 현대차가 북미 지역의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개발 중인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의 성공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제네시스의 성능에 대해 연구진이 갖고 있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각종 테스트 현장을 찾아 연구진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추적해 봤다.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풍동시험장. 시험장 가운데 서 있는 실험용 그랜저 TG에 다가서자 차량 앞쪽으로부터 눈을 제대로 뜨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곳에 있는 직경 8.4m의 초대형 프로펠러는 최대 시속 200km의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자동차가 시속 200km로 달리는 상황에서 공기저항과 공력 소음(바람 소리)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다.

이정호 선임연구원은 "제네시스는 벤츠 E320이나 렉서스 ES350보다 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기 저항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고속주행시 안정성이 높고 연비가 우수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클레이모델(진흙으로 만든 시제품) 단계에서부터 풍동실험을 실시해 그 결과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바꿔 나간다. 파워트레인연구소에서는 '다이나모 시스템'이라는 특수 장치를 통해 개발 중인 엔진의 내구성을 실험한다. 이곳에서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결합해 하루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무려 3개월간 작동시킨다. 주행거리로 따지면 30만km. 시험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엔진은 가차없이 이전 단계의 연구팀으로 돌려보낸다.

다이나모 시스템의 내구성 실험을 통과한 엔진은 다시 실제 차량에 장착돼 도로 주행 실험을 실시하고 북미와 뉴질랜드 등 기후조건과 도로조건이 다른 외국에서 실시하는 최종 실험을 거쳐 양산차에 적용한다. 이규호 선임연구원은 "고속과 저속,급가속과 급정거 등 모든 주행 상황을 가정해 엔진 회전수를 달리하면서 실험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완성된 차가 거치는 최종 시험은 충돌실험을 통한 안전성 테스트. 충돌실험장에서는 모든 차량을 시속 56km의 속도로 콘크리트 벽에 정면으로 충돌시켜 차량 파손과 승객의 상해 정도를 측정한다.각 차량마다 무려 200여 차례씩 정면과 측면 충돌실험을 실시하고 개당 1억5000만원이 넘는 더미(실험용 마네킨)를 수십개씩 사용해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게 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밖에 시간당 200mm의 악천후 상황에서 실시하는 강우와 강설 테스트,70여개의 각기 다른 노면 상태에서 실시하는 연비 및 소음 측정 실험,시속 250km로 달리는 고속주행 테스트 등 한 대의 차량이 완성돼 나오기까지 거치는 품질과 안전성 실험은 끝이 없을 정도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현대·기아차의 힘은 연구소에 있다"며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글로벌 톱5'를 향한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