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1000배 빠른 휴대폰 전송 기술 개발

현행 3세대 이동통신보다 1000배나 빨라 고화질 영화도 10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초당 3기가비트(Gbps)급 무선전송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로써 한국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과 와이브로에 이어 4세대 이동통신 기술도 주도할 수 있게 됐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1일 전송 속도가 최대 3.62Gbps에 달하는 4세대 무선전송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놀라(NoLA)'로 이름 붙여진 이 시스템은 속도가 현행 3세대 이동통신(3.6Mbps)보다 1000배,4세대 국제규격(1Gbps)보다 3배 이상 빠르다.

ETRI는 이날 서버에 저장돼 있는 84개 고화질(HD) 동영상을 안테나 8개가 달린 무선기지국을 통해 냉장고 크기의 단말기로 동시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모뎀 기술을 시연했다.시연회에는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100Mbps급 광랜으로 1분 이상 걸리는 고화질 영화를 단 10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5GB급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도 10초면 다운로드할 수 있다.따라서 가정 사무실 대학 등에서 고화질 콘텐츠를 무선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ETRI가 선보인 기술은 정지 또는 시속 3km 이하 저속이동용이다.

ETRI는 시속 100km 이상 고속이동 때도 3Gbps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놀라'와 연동시킬 예정이다.

또 기업과 공동으로 엄지손톱 크기의 4세대 통신칩 상용 제품을 개발해 4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는 2012년께 내놓을 계획이다.

ETRI는 4세대 이동통신이 상용화될 경우 초고속 대용량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무선 인터넷TV(IPTV) 시장,휴대폰,홈네트워킹 시장,고해상도가 필요한 산업용 무선시장 등을 감안할 때 연간 수조원대의 시장 파급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4세대 무선전송 기술은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현재 1Gbps급 시스템만 개발됐을 뿐이다.

일본의 NTT도코모가 2005년 1Gbps급 무선전송을 시연했고,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 안테나 8개를 통한 1Gbps급 무선전송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ETRI는 '놀라' 기술과 관련해 지난해 4건의 국제특허와 4건의 국내특허를 출원했고 올해 국제특허 16건과 국내특허 20여건을 추가로 출원했다.

내년부터는 이 기술이 4세대 이동통신 국제표준에 반영되도록 적극 나설 예정이다.

ETRI는 4세대 이동통신 전송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2010년까지 78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시연회에 참석한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CDMA가 외국 기술을 끌어다 상용화한 응용기술이라면 놀라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원천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최문기 ETRI원장도 "이번 기술은 일본 등 선진국보다 최소한 1년 이상 앞선 원천기술"이라며 "내년부터 본격화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화 경쟁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