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진흙탕에 빠진 박카스

동아제약의 부자 간 경영권 분쟁이 말그대로 '진흙탕 싸움' 양상을 띠고 있다.

오는 31일 임시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양측은 언론에 상대방의 치부를 폭로하는 것은 물론 민ㆍ형사상 고소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강신호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이사 측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동아제약 현 경영진이 교환사채를 발행해 6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무리하게 비용으로 150억원을 썼으며,이는 주주권리를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해외기관투자가에 주총 의결권 행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미국계 ISS(기관투자가서비스)는 "교환사채 발행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동아제약이 18일 반박했다.

동아제약은 이와 함께 "강 이사가 지난해 중소기업인 K씨로부터 20억원을 무이자로 빌리면서 그 대가로 동아제약 등기 이사 자리를 약속했다"고 폭로했다.근거로 강 이사와 K씨가 변호사 입회하에 작성한 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강문석 이사는 때마침 이날 오전 서울 용두동 동아제약에 들렀다가 K씨와의 계약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동아제약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동아제약은 최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독자 개발한 국산 신약 '자이데나'는 중동에 이어 러시아로 수출될 예정이다.

또 다른 국산신약인 '스티렌(위염치료제)'은 올해 약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산 처방약 1위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복제약에 의존해온 국내 제약사가 신약으로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건 놀라운 일이다.이런 성과도 경영권 분쟁 탓에 빛이 바래고 있다.

박카스가 동아제약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40%에서 지금은 10%대로 줄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동아제약'하면 '박카스'를 떠올린다.

한번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다.

임시주총이 끝나면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가려질 것이다.승패 여부를 떠나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에 '추악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회사'란 나쁜 이미지가 각인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동윤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