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私교육 열풍 '붕어빵 인재'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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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사례
A대학 경영학과 3학년생인 김상희씨(21)는 토익과 토플,텝스,영어 작문 등 영어학원 수업을 복수로 듣고 있다.영어에 쏟아붓는 수강료만 월 100만원대가 넘는다.특히 토익의 경우 900점 이상 확보하지 못하면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안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사실상 '올인'하는 실정이다.김씨는 "영어 공인 성적은 모든 취업 때 기본 자료이고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고득점을 얻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며 "학원 수강 덕분에 시험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만족할 만한 영어 점수를 얻게 되면 중국어 전문 어학원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 두번째 사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지방대학 졸업생 황모씨(27).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이래 쭉 서울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학원을 다니고 있다.한국사 영어 행정법 경제학 등 공무원 시험과목을 단과로 듣고 있다.과목당 수업료가 8만∼12만원 정도니 한 달 평균 40만원 이상을 학원비로 내고 있는 셈이다.황씨는 "학원에서 집중적으로 수업을 받다보니 공무원 수험준비가 체계적으로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고 했다.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직자들의 취업 사교육열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대학 입학 때부터 각종 사교육에 길들여진 젊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제 취업을 위한 사교육도 필수코스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모든 시험준비는 사교육을 거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마저 갖고 있는듯하다.과거 구직자들이 서점에서 교재 하나 사서 독학으로 공부하던 영어나 한문자격증 시험도 이제는 학원에서 '점수 따는'노하우를 익히는 게 필수가 됐다.영어와 중국어,일어 등 각종 어학분야는 물론 컴퓨터 관련 자격증과 전공교육,심지어 각종 이력서 작성에서 면접테크닉까지 취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사교육 대상이 된 것이다.
◆구직자 절반 이상이 취업 사교육에 의존
취직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현상은 취업 전문업체들의 구체적인 조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1518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51.8%가 '취업 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의 사교육 비용은 월 평균 76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연간으로 계산하면 1000만원가량을 취업을 위한 사교육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들 구직자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경영학이나 회계학 같은 전공 교육(32만원)과 영어(3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CPA,CFA.AICPA,보험계리사,감정평가사 같은 전문자격증(25만원)과 중국어나 일본어를 중심으로 한 기타 외국어(23만원)가 뒤를 이었다.이 밖에 취업희망 직무 관련 전문교육(22만원)과 공무원ㆍ고시(20만원) 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쓰고 있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도 평균 18만원을 지출했고 이력서 쓰기나 면접요령 등 일반 취업교육에도 평균 7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초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수치가 제시됐다.잡코리아 조사에서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1774명 중 55.8%(990명)가 취업을 위해 과외학습을 받고 있었다.특히 여학생의 취업과외 참여율이 61.2%로 남학생(52.2%)에 비해 10.0%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년별로는 현재 3학년(57.7%)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취업과외 참여율이 가장 높았고 4학년(56.9%),2학년(47.1%) 순이었다.
이처럼 구직자들에게 사교육이 취업 필수코스로 자리 잡고 관련 비용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취업 사교육비를 아르바이트하거나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일부에선 사교육비를 위해 대출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막연히 자신을 포장하거나 불안감 해소 차원
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을 위한 사교육이 필수로 잡아가고 있는 것은 대부분 심적 부담감에 의한 경우가 많다.여기에 '학원 수강'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접해온 젊은 구직자들에게 있어 삶속에 녹아든 문화 자체가 됐다는 평도 있다.
구직자들은 취업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자격증 획득,어학능력 제고 등 '스펙' 높이기와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서 등을 꼽고 있다.일부는 매번 취업 도전에 실패하다 보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교육에 기댄다는 것이다.막연히 '사교육을 안 받고는 취업에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거나 '주변에서 다 하니까 불안해서' 받는다고 응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일각에선 대학에서의 교육이 이론 중심이어서 실무적인 부분이 약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취업관련 전문가들은 학점이나 영어점수,자격증 같은 스펙 등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구직자들의 기대와 달리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학원에서 일률적,획일적인 교육으로 양산된 인력과는 큰 차이가 있다.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취업난이 계속 되면서 막연히 스펙을 높이거나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경제적ㆍ심리적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 각종 사교육에 매달리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사교육이 취업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구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A대학 경영학과 3학년생인 김상희씨(21)는 토익과 토플,텝스,영어 작문 등 영어학원 수업을 복수로 듣고 있다.영어에 쏟아붓는 수강료만 월 100만원대가 넘는다.특히 토익의 경우 900점 이상 확보하지 못하면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안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사실상 '올인'하는 실정이다.김씨는 "영어 공인 성적은 모든 취업 때 기본 자료이고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고득점을 얻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며 "학원 수강 덕분에 시험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만족할 만한 영어 점수를 얻게 되면 중국어 전문 어학원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 두번째 사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지방대학 졸업생 황모씨(27).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이래 쭉 서울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 학원을 다니고 있다.한국사 영어 행정법 경제학 등 공무원 시험과목을 단과로 듣고 있다.과목당 수업료가 8만∼12만원 정도니 한 달 평균 40만원 이상을 학원비로 내고 있는 셈이다.황씨는 "학원에서 집중적으로 수업을 받다보니 공무원 수험준비가 체계적으로 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고 했다.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직자들의 취업 사교육열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대학 입학 때부터 각종 사교육에 길들여진 젊은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제 취업을 위한 사교육도 필수코스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모든 시험준비는 사교육을 거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마저 갖고 있는듯하다.과거 구직자들이 서점에서 교재 하나 사서 독학으로 공부하던 영어나 한문자격증 시험도 이제는 학원에서 '점수 따는'노하우를 익히는 게 필수가 됐다.영어와 중국어,일어 등 각종 어학분야는 물론 컴퓨터 관련 자격증과 전공교육,심지어 각종 이력서 작성에서 면접테크닉까지 취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사교육 대상이 된 것이다.
◆구직자 절반 이상이 취업 사교육에 의존
취직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현상은 취업 전문업체들의 구체적인 조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1518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51.8%가 '취업 준비를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의 사교육 비용은 월 평균 76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연간으로 계산하면 1000만원가량을 취업을 위한 사교육에 쏟아붓는 셈이다.
이들 구직자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경영학이나 회계학 같은 전공 교육(32만원)과 영어(3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CPA,CFA.AICPA,보험계리사,감정평가사 같은 전문자격증(25만원)과 중국어나 일본어를 중심으로 한 기타 외국어(23만원)가 뒤를 이었다.이 밖에 취업희망 직무 관련 전문교육(22만원)과 공무원ㆍ고시(20만원) 등에도 적지 않은 비용을 쓰고 있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도 평균 18만원을 지출했고 이력서 쓰기나 면접요령 등 일반 취업교육에도 평균 7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초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수치가 제시됐다.잡코리아 조사에서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1774명 중 55.8%(990명)가 취업을 위해 과외학습을 받고 있었다.특히 여학생의 취업과외 참여율이 61.2%로 남학생(52.2%)에 비해 10.0%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년별로는 현재 3학년(57.7%)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취업과외 참여율이 가장 높았고 4학년(56.9%),2학년(47.1%) 순이었다.
이처럼 구직자들에게 사교육이 취업 필수코스로 자리 잡고 관련 비용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취업 사교육비를 아르바이트하거나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일부에선 사교육비를 위해 대출받는 경우까지 있었다.
◆막연히 자신을 포장하거나 불안감 해소 차원
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을 위한 사교육이 필수로 잡아가고 있는 것은 대부분 심적 부담감에 의한 경우가 많다.여기에 '학원 수강'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접해온 젊은 구직자들에게 있어 삶속에 녹아든 문화 자체가 됐다는 평도 있다.
구직자들은 취업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자격증 획득,어학능력 제고 등 '스펙' 높이기와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서 등을 꼽고 있다.일부는 매번 취업 도전에 실패하다 보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교육에 기댄다는 것이다.막연히 '사교육을 안 받고는 취업에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거나 '주변에서 다 하니까 불안해서' 받는다고 응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일각에선 대학에서의 교육이 이론 중심이어서 실무적인 부분이 약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취업관련 전문가들은 학점이나 영어점수,자격증 같은 스펙 등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구직자들의 기대와 달리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학원에서 일률적,획일적인 교육으로 양산된 인력과는 큰 차이가 있다.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취업난이 계속 되면서 막연히 스펙을 높이거나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경제적ㆍ심리적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 각종 사교육에 매달리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사교육이 취업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구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