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도 'U턴' 시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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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갔던 업체들 소규모 지방도시에 눈돌려비용 절감 등을 위해 대거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소규모 지방 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는 해외에 있는 지사나 사무실을 닫고 미국으로 '유턴'하고 있다.2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미국 기업이 최근 인도에서 철수해 저렴한 부동산에다 급여도 매력적인 미국 내 변두리 지역에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해외 아웃소싱에 앞장섰던 컴퓨터 회사 델은 고객들이 해외에 위치한 콜센터 직원의 영어 소통에 관한 불평을 늘어놓자 최근 아이다호 트윈폴스에 기술지원센터를 열었다.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도 오리건주에 있는 우마틸라 인디언보호구역에 문서처리센터를 짓고 있다.랜디 윌스 액센추어 전무는 "미국 내 전문가들에 의한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수많은 고객들 요구에 따르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일부 회사는 아예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애틀랜타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익스팸시온은 최근 인도 푸네에 있던 실험실을 네브래스카주 카니로 옮겼다.인도와의 시차 때문에 본사와 실험실 간 원활한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와이프로 테크놀로지는 애틀랜타에 디자인센터를 건설 중이다.
별다른 개발 호재가 없어 주민들이 이탈하는 등 경제 침체로 고민해온 미국 지자체들에 이들 기업의 이전 소식은 복음이나 다름없다.미국 내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이전하는 기업도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센추리시티에 본사를 둔 노드롭 그루먼의 경우 올 들어 텍사스주 코르시카나에 정보기술(IT)센터를 열고 IT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나섰다.
장기적으로 미 전역에 50개의 센터를 둔다는 계획에 따라 코르시카나 외에 버지니아주 레바논,몬태나주 헬레나 등 6개 소도시를 IT센터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들 센터에선 소프트웨어 개발과 원거리 고객들을 위한 고장 수리 기술 개발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해마다 5000명가량의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노드롭의 경우 상당수 정부 계약 건들이 국가적인 보안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더욱 국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노드롭은 대도시를 피해 지방에 IT센터를 개설함에 따라 40%가량의 경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작업을 해외에 아웃소싱 했을 때와 비슷한 비용 절감 효과다.
이 회사 관계자는 "1년차 직원의 연봉을 기준으로 볼 때 코르시카나에선 4만2000달러면 충분하지만 LA에선 5만6000달러 이상을 줘야 한다"며 "코르시카나의 주거나 생활 비용도 대도시에 비해 싸기 때문에 회사나 직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업들이 미국 국내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흔하진 않다.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이 지난해 50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0%가 여전히 일부 업무를 해외에 넘기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약 300만개에 이르는 하이테크 일자리들이 2015년까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언스트&영의 댄 서냇 LA지역 파트너는 "상당수 기업이 해외에 있는 사무실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그 대안을 미국 내 가까운 중소도시에서 찾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일종의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아웃소싱에 나섰던 기업들이 자국으로 유턴하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일본 기업의 자국 내 투자 유턴 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유턴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일본 내 신규 공장 설립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내 신규 공장 설립은 2002년 844건에서 2006년 1782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해외 공장 설립은 2002년 434건에서 2006년 182건으로 줄었다.출자총액제한제 및 수도권 규제 폐지 등 1500여건의 핵심 규제 개혁이 일본 투자 증가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유병연 기자/연합뉴스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