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시장 못따라가면 교육도 공룡처럼 멸종"


Track A 세션 1 : 대학 교육 혁신

"고등 교육시스템을 시장 통제 아래에 두어라.시장과 대학이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피드백만이 교육 과잉,직업 간 편차 등을 해결할 수 있다."(자밀 살미 세계은행 고등교육팀장)"의학 법학 등 수요자가 많은 전문분야는 학생들이 진입할 수 있는 시점을 늦춰야 한다. 충분히 경험한 뒤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형평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배리 맥고 맬버른대 교수)

인재포럼 이틀째인 24일 '다양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고등교육의 혁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 세션에서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대안을 이같이 제시했다.

특히 이들은 고등교육 확대는 개인들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국가 생존의 열쇠라고 지적했다.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 세션에는 마크 라이튼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총장,살미 세계은행 고등교육팀장,맥고 맬버른대 교수(교육연구원장) 등 3명이 주제발표자로,박승철 성균관대 교무처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고등 교육,시장 통제에 맡겨라

성균관대 박 처장은 "한국의 경우 학생의 80% 가까이가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지만 시장수요와 대학교육 간 '미스매칭'(불일치)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정부 통제가 맞는지 시장 통제가 맞는지 의견을 달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에 대한 참석 전문가들의 대답은 '시장 통제'였다.

살미 고등교육팀장은 "미래에 어떤 직업이 많이 필요하게 될지 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장의 피드백을 대학이 재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과 능력을 갖추는 게 인력의 수요ㆍ공급을 최대한 근접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실제 1993년 이전엔 미국에 웹마스터라는 직업이 없었지만 지금은 시장 수요가 가장 많은 직업이 됐다며,이 과정에서 대학이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살미 팀장은 "과거 공룡 멸종의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시스템도 유연성이 떨어지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맥고 교수는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과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가 서로 맞지 않을 때 사람들이 왜 특정 분야를 기피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키워야 되는 분야가 있다면 사회적으로 구미가 당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시장 통제가 이뤄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학 등 전문분야는 학생 진입시기 늦춰라

맥고 교수는 "의학 법학 등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전문분야의 경우 입학할 수 있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맥고 교수의 이런 지적은 한국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등의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는 18살 때 의사가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의 선택권을 줄이는 짓이라고 말했다.

인기가 있는 전문분야일수록 다른 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경험을 쌓은 뒤 진입해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맥고 교수는 학생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학과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은 인성 교육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고등교육 확대만이 국가ㆍ개인의 생존 비결

살미 고등교육팀장은 한국과 브라질의 비교를 통해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실증해 보였다.

1960년만 해도 한국과 브라질은 학생들이 초등교육에 머무는 비중이 각각 80%와 84%로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을 기준으로 브라질은 초등교육만 받는 학생 비중이 78%에 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중등교육이 55%,고등교육 비중이 26%로 급증했다.

살미 팀장은 "브라질이 장기간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반해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을 배출하면서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고등교육 확대였다"고 지목했다.

전세계 노동시장은 이미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를 점점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살미 팀장은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이 규칙을 깨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삼성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독특한 디자인과 마케팅 기법을 발굴하기 위해 전세계를 찾아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살미 팀장은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