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 칼럼] 이직 만족도는 횟수와 반비례

'경력이 길다'는 말은 어떤 분야에 오래 근무해 그 분야의 지식과 경험,네트워크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력관리가 잘 돼 있다'는 말 역시 일관된 업무를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반대로 잦은 이직은 업무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어렵게 해 경력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직장을 옮기려고 헤드헌팅회사에 이력서를 등록하고 헤드헌터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직사유는 각양각색이다.

천명이면 천 가지,만명이면 만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그러나 면담을 해 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이직사유의 절반 이상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수 있는 것이거나 직장을 옮겨도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직이 필요없거나 이직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는 하루에 100여통 이상의 이력서가 접수될 정도로 직장을 옮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통계를 내보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헤드헌팅사에 이력서를 접수한 사람들의 이직 횟수는 평균 5번은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직 횟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이직의 만족도는 횟수에 반비례한다.기본적으로 이직이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는 데다 이직 횟수가 증가할수록 자신이 갈 수 있는 직장의 수준이 낮아지고 입사 뒤 적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판단은 경력을 엉망으로 만든다.

직장과 직무의 상황을 파악하려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눈앞에 주어진 상황만 가지고 판단하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섣부르게 판단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장이나 동료,업무에 익숙해질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시간 자체를 낭비라고 생각하고 하루 빨리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고 스스로를 재촉한다.

등산의 묘미는 최소한 능선에 올라봐야 알 수 있다.

능선에 이르기 전까지는 잔나무나 가시덩쿨이 많다.

주변을 조망할 수 없어 답답하고,몸이 풀리지 않아 힘이 든다.

아마 이런 게 등산이라면 아무도 산에 오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간 남짓 오르다 보면 땀이 나면서 몸이 풀리고 사방이 탁트인 곳에 도달해 경관도 좋아진다.

등산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돼 발걸음을 돌린 사람들에게 등산은 단지 힘들고 무료한 행위지만,이것을 견딘 사람들에게 산은 그야말로 즐거움의 보고다.

'실패의 유일한 이유는 중도포기다'라는 말이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얘기다.

경력 관리도 마찬가지다.

힘들어도 견디다 보면 길이 보이게 된다.

그렇게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경험과 지식이 쌓여 자신도 모르게 전문가 대접을 받게 된다.

직장인들이 경력 관리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견디지 못하고 자주 옮기는 것이다.

경력 관리는 그래서 때론 곰처럼 미련스러울 필요도 있다.시간과 비용을 버리는 셈치고 기다리는 우직함이 경력을 탄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