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新아프리카 자원 열전 … 中황색바람 볼수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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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늦은 밤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도심의 한 카페.요즘 케냐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붐바 클란의 진한 선율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게를 가득 메운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인.한쪽에선 영어,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도 들렸다.이들은 기업공개(IPO)에 나선 은행의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한쪽에선 광산 개발권 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뉴스위크 10월15일자)
# 장면 2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업인 100여명을 이끌고 검은 대륙의 끝을 찾았다.러시아 대통령 중 첫 남아공 방문.성과도 많았다.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투자 계약도 따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남아공의 드비어스는 업계 2위인 러시아의 알로사와 협력을 약속했다.
◆사파리로 뛰어든 '올리가르흐(Oligarch)'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흐들이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요즘 나이로비의 고급 식당가는 러시아 사업가들로 만원이다. 러시아의 노릴스크 루살 레노바 알로사 등 4개 광산업체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만 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루코일 로스네프트 스트로이트란스가스 등 러시아 석유 기업은 알제리 나이지리아 앙골라 이집트 등지에서 30억달러 규모의 석유 탐사권을 따냈다.
최근 러시아는 투자 대상을 원유에서 금융 서비스 통신 소매업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남아공 케냐 나이지리아 등에서 소비 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잇단 유전 발견과 투자환경 호전
전 세계 육지 면적의 20%,53개국에 약 9억명의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이곳에 신흥 열강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의 투자환경이 그만큼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안정과 고유가를 바탕으로 경제가 호전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이는 다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아프리카는 지난 3년간 연평균 5% 넘는 성장을 이뤄냈고,올해도 6%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앙골라 수단 등 일부 산유국은 10% 이상의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은 말할 필요도 없는 매력.현재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2%를 차지하고 있다.매장 확인량도 급증하고 있다.신규 유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 1990년만 해도 전 세계 매장량의 5.8%에 그쳤지만 최근 10%대를 돌파했다.
영국계 유전 개발 회사인 튜러오일은 지난 여름 가나에서 2개의 유전(추정 매장량 13억배럴)을 발굴했고,지난 7월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도 차드에서 신규 유전을 발견했다.
아프리카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50% 이상은 석유 관련 투자다.
석유 전문 컨설팅회사인 IHS에너지는 "아프리카에 유전 개발을 위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202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3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전 세계 코발트와 백금의 75%,다이아몬드의 5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생산되고 있다.
◆남ㆍ북단을 휩쓸고 있는 황색바람
지구상의 마지막 '성장엔진'이라는 아프리카엔 중국의 황색바람이 먼저 몰아쳤다. 최북단 알제리에서 최남단 남아공까지 중국 투자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은 지난 25일 남아공 최대 은행 스탠더드뱅크그룹 지분 20%를 55억달러에 인수,금융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중국은 현재 자국 석유 소비량의 30%가량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고 있으며,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액액은 2000년 106억달러에서 지난해 55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6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한 자금만 6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아프리카에 200억달러 규모의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에는 50억달러 규모의 중국·아프리카 발전기금도 창설했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잇단 아프리카 순방은 중국의 자원 확보에 대한 야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후 주석은 올 2월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는 등 2003년 주석에 오른 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무이자 차관 제공,부채 탕감,투자 증진 등의 선물을 내밀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중국과 맞서는 미국ㆍ일본ㆍ인도
지난 2월 후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 일주일 뒤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에 내년 9월부터 '미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AFRICOM 신설은 부시 행정부가 소말리아와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테러전쟁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목표 아래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점점 커가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아프리카 석유 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강한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은 '엔 차관'을 들고 아프리카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앙골라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개발회의(TIACD)'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은 케냐 몸바사 항구 확장 프로젝트에도 참여,270억엔의 대규모 차관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을 통해 자원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인도 역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긴 마찬가지다.
실제 인도는 아프리카 자원 획득을 둘러싸고 중국과 '힘 겨루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지에서 중국에 석유 사업권을 뺏기는 뼈아픈 경험도 맛보았다.
인도는 최근 전략을 바꿔 서비스 제약 제조 교육 등의 분야로 아프리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무시못할 반(反)외세 감정
열강들의 아프리카 진출 경쟁이 열기를 더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에티오피아 동부 오가단 유전 지대에선 무장세력의 습격으로 중국 석유탐사국 소속 근로자 9명이 살해되고,다른 7명의 중국인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올 1월과 3월엔 나이지리아에서 석유 개발 노동자와 통신사 직원 등 중국인 16명이 납치됐다.
오가단 사건을 비롯해 비슷한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반중(反中)'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콜린스 워나니 잠비아 상공회의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천연자원을 싹쓸이하고 값싼 자국 상품을 팔아먹고 있다"며 "이것은 아프리카 발전이 아니라 하나의 식민주의"라고 비판했다.
미국 역시 아프리카 경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AFRICOM에 대해 미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등이 최근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또 나이지리아에선 셰브론텍사코 등 미국계 다국적 회사에 대한 무장 공격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전문가들은 "러시아 중국 등을 비롯한 신흥 거인들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석유와 광물 자원을 놓고 19세기 유럽 식민주의자들처럼 싸우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진짜 주인들에겐 착취와 제국주의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 방식을 상당 부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가게를 가득 메운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러시아인.한쪽에선 영어,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도 들렸다.이들은 기업공개(IPO)에 나선 은행의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한쪽에선 광산 개발권 문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뉴스위크 10월15일자)
# 장면 2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업인 100여명을 이끌고 검은 대륙의 끝을 찾았다.러시아 대통령 중 첫 남아공 방문.성과도 많았다.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투자 계약도 따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남아공의 드비어스는 업계 2위인 러시아의 알로사와 협력을 약속했다.
◆사파리로 뛰어든 '올리가르흐(Oligarch)'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흐들이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요즘 나이로비의 고급 식당가는 러시아 사업가들로 만원이다. 러시아의 노릴스크 루살 레노바 알로사 등 4개 광산업체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만 50억달러를 쏟아부었다.루코일 로스네프트 스트로이트란스가스 등 러시아 석유 기업은 알제리 나이지리아 앙골라 이집트 등지에서 30억달러 규모의 석유 탐사권을 따냈다.
최근 러시아는 투자 대상을 원유에서 금융 서비스 통신 소매업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남아공 케냐 나이지리아 등에서 소비 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잇단 유전 발견과 투자환경 호전
전 세계 육지 면적의 20%,53개국에 약 9억명의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이곳에 신흥 열강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의 투자환경이 그만큼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안정과 고유가를 바탕으로 경제가 호전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고,이는 다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아프리카는 지난 3년간 연평균 5% 넘는 성장을 이뤄냈고,올해도 6%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앙골라 수단 등 일부 산유국은 10% 이상의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은 말할 필요도 없는 매력.현재 아프리카의 석유 생산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2%를 차지하고 있다.매장 확인량도 급증하고 있다.신규 유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 1990년만 해도 전 세계 매장량의 5.8%에 그쳤지만 최근 10%대를 돌파했다.
영국계 유전 개발 회사인 튜러오일은 지난 여름 가나에서 2개의 유전(추정 매장량 13억배럴)을 발굴했고,지난 7월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도 차드에서 신규 유전을 발견했다.
아프리카로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50% 이상은 석유 관련 투자다.
석유 전문 컨설팅회사인 IHS에너지는 "아프리카에 유전 개발을 위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202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3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전 세계 코발트와 백금의 75%,다이아몬드의 5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생산되고 있다.
◆남ㆍ북단을 휩쓸고 있는 황색바람
지구상의 마지막 '성장엔진'이라는 아프리카엔 중국의 황색바람이 먼저 몰아쳤다. 최북단 알제리에서 최남단 남아공까지 중국 투자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은 지난 25일 남아공 최대 은행 스탠더드뱅크그룹 지분 20%를 55억달러에 인수,금융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중국은 현재 자국 석유 소비량의 30%가량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고 있으며,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액액은 2000년 106억달러에서 지난해 55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6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한 자금만 6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아프리카에 200억달러 규모의 원조와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6월에는 50억달러 규모의 중국·아프리카 발전기금도 창설했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잇단 아프리카 순방은 중국의 자원 확보에 대한 야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후 주석은 올 2월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는 등 2003년 주석에 오른 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무이자 차관 제공,부채 탕감,투자 증진 등의 선물을 내밀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중국과 맞서는 미국ㆍ일본ㆍ인도
지난 2월 후 주석의 아프리카 순방 일주일 뒤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에 내년 9월부터 '미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AFRICOM 신설은 부시 행정부가 소말리아와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테러전쟁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는 목표 아래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점점 커가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아프리카 석유 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강한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은 '엔 차관'을 들고 아프리카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앙골라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개발회의(TIACD)'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은 케냐 몸바사 항구 확장 프로젝트에도 참여,270억엔의 대규모 차관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을 통해 자원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인도 역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긴 마찬가지다.
실제 인도는 아프리카 자원 획득을 둘러싸고 중국과 '힘 겨루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지에서 중국에 석유 사업권을 뺏기는 뼈아픈 경험도 맛보았다.
인도는 최근 전략을 바꿔 서비스 제약 제조 교육 등의 분야로 아프리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무시못할 반(反)외세 감정
열강들의 아프리카 진출 경쟁이 열기를 더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에티오피아 동부 오가단 유전 지대에선 무장세력의 습격으로 중국 석유탐사국 소속 근로자 9명이 살해되고,다른 7명의 중국인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올 1월과 3월엔 나이지리아에서 석유 개발 노동자와 통신사 직원 등 중국인 16명이 납치됐다.
오가단 사건을 비롯해 비슷한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반중(反中)'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콜린스 워나니 잠비아 상공회의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천연자원을 싹쓸이하고 값싼 자국 상품을 팔아먹고 있다"며 "이것은 아프리카 발전이 아니라 하나의 식민주의"라고 비판했다.
미국 역시 아프리카 경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AFRICOM에 대해 미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등이 최근 참여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또 나이지리아에선 셰브론텍사코 등 미국계 다국적 회사에 대한 무장 공격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전문가들은 "러시아 중국 등을 비롯한 신흥 거인들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석유와 광물 자원을 놓고 19세기 유럽 식민주의자들처럼 싸우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진짜 주인들에겐 착취와 제국주의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 방식을 상당 부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