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상상력이 우리의 무기" … 혼다자동차 후쿠이 다케오 사장 단독 인터뷰

혼다자동차 후쿠이 다케오 사장 단독 인터뷰
지난 24일 도쿄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일본 혼다자동차의 언론 발표 행사에 모여든 세계 각국 기자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모터쇼의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에 자동차 대신 항공기와 로봇이 등장하고 심지어 잔디 깎는 기계까지 나왔기 때문이다.그리고 나서야 각종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화면을 채우고 F1(포뮬러원) 경주용 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이 나오자 그제서야 "역시 혼다"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자동차는 물론 제트기 엔진과 로봇까지 만들면서 무한한 도전정신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그래서 '엔진의 혼다'로 불리는 혼다자동차의 후쿠이 다케오 사장(63)을 26일 저녁 도쿄에서 150㎞ 떨어진 우쓰노미야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후쿠이 다케오 사장의 첫 마디는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저공해-친환경'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기존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의 연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전기 배터리 등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후쿠이 사장은 "혼다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경차는 전기자동차로 만들고 오토바이에는 바이오에탄올을 쓰는 것이 혼다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은 휘발유와 전기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와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인 디젤엔진이라고 강조했다.이번 도쿄모터쇼를 통해 연료전지차와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친환경 자동차가 등장했지만 이 같은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혼다는 올해 도쿄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스포츠 컨셉트카 CR-Z와 연료전지 컨셉트카 푸요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디젤엔진 i-DTEC와 연료전지 컨셉트카 FCX를 함께 전시했다.

혼다는 2010년 연간 45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현재 2% 수준인 하이브리드카의 판매 비율을 10%까지 높일 계획이다.후쿠이 사장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가격 5000달러(약 450만원) 이하의 저가차 경쟁과 관련,"저가차도 품질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싼 차를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는 개도국에서도 품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품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는 식의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이 사장은 또 혼다 특유의 창의적인 기업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혼다만큼 전 임직원이 평등한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문화 속에서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가 십분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이 사장 본인도 "혼다의 다음 도전 과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만든 로봇 아시모를 준중형 승용차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라며 "아시모가 F1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답해 특유의 위트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줬다.

후쿠이 사장은 1969년 와세다대학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혼다에 입사했으며 혼다기술연구소와 혼다레이싱의 주임연구원,혼다레이싱 사장 등 연구개발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혼다 기술연구소 사장이던 2003년 6월 혼다의 제6대 사장으로 취임했다.그가 이끄는 혼다는 올 상반기(4~9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1% 증가한 3746억엔(약 2조978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등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우쓰노미야(일본)=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