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10년 … 한국 무역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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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은 우리나라에 외환위기의 전주곡이 울려퍼지던 때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폭등했고,증시는 요동쳤다.버티다 못한 우리 정부는 그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그 결과 많은 기업과 은행이 쓰러졌다.
10년이 지난 지금,한국경제는 외형적으론 제자리를 되찾은 모습이다.
한국을 못 믿어 돈을 빼내던 1997년과는 정반대로 달러가 너무 많이 유입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거의 고갈되다시피 했던 외환보유액은 이제 세계 5위 수준인 2548억달러로 불어났다.
그렇게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대신 한국호(號)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 위축으로 인해 성장성은 한계에 직면했고,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인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한국무역협회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기업과 무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6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의 평가와 한국 무역의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및 수출구조의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역동성과 건전성을 맞바꾼 10년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 구조개혁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권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건전성을 강요한 구조개혁 흐름 탓에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는 '수비 경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역동성'을 잃었고 한국 경제는 내부 정비에만 힘쓰는 '과소위험경제'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축소경영 탓에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현저하게 저하됐으며 투자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구조개혁의 가장 큰 과실이라고 자랑했던 수익성 개선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환위기 직전까지 보유 현금의 두 배 이상을 투자 재원으로 썼던 대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연간 투자액을 보유 현금 이하로 낮췄다고 권 팀장은 설명했다.
중견ㆍ중소기업 역시 외환위기 전에는 연간 투자액이 보유 현금보다 많았지만,지금은 보유 현금의 절반 정도만 투자 재원으로 쓰는 실정이다.
그는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 위해선 외환위기 후 고착된 '위험회피형' 시스템에서 '위험관리형'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순찬 공주대 교수는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은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낮았던 데서 찾아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과정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위기에 빠진 수출,그 해법은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중국발(發) 무역위기'를 경고했다.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만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파급효과가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 덕분에 수출 흑자 기조가 유지됐지만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체들조차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각종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수출에 해외투자를 결합하는 식으로 글로벌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문성 고려대 교수는 '수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모든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보호ㆍ육성하는 기존 중소기업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강 교수는 "수출 호조에도 내수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기업 위주의 소수 수출산업에 한국의 수출 역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세계 시장에서도 싸울 수 있는 '글로벌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만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은 결과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만큼 정책일몰제를 통해 불필요한 지원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출을 늘리자는 의견도 제시됐다.한홍렬 한양대 교수는 "서비스 산업 육성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가 전략으로 설정해 부처마다 시행 중인 정책을 통합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원ㆍ달러 환율은 폭등했고,증시는 요동쳤다.버티다 못한 우리 정부는 그해 12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그 결과 많은 기업과 은행이 쓰러졌다.
10년이 지난 지금,한국경제는 외형적으론 제자리를 되찾은 모습이다.
한국을 못 믿어 돈을 빼내던 1997년과는 정반대로 달러가 너무 많이 유입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거의 고갈되다시피 했던 외환보유액은 이제 세계 5위 수준인 2548억달러로 불어났다.
그렇게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대신 한국호(號)는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 위축으로 인해 성장성은 한계에 직면했고,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 외환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인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한국무역협회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 기업과 무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6일 서울 무역센터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의 평가와 한국 무역의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및 수출구조의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역동성과 건전성을 맞바꾼 10년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기업 구조개혁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권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건전성을 강요한 구조개혁 흐름 탓에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는 '수비 경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역동성'을 잃었고 한국 경제는 내부 정비에만 힘쓰는 '과소위험경제'로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축소경영 탓에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현저하게 저하됐으며 투자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구조개혁의 가장 큰 과실이라고 자랑했던 수익성 개선마저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환위기 직전까지 보유 현금의 두 배 이상을 투자 재원으로 썼던 대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연간 투자액을 보유 현금 이하로 낮췄다고 권 팀장은 설명했다.
중견ㆍ중소기업 역시 외환위기 전에는 연간 투자액이 보유 현금보다 많았지만,지금은 보유 현금의 절반 정도만 투자 재원으로 쓰는 실정이다.
그는 "한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기 위해선 외환위기 후 고착된 '위험회피형' 시스템에서 '위험관리형'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순찬 공주대 교수는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은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인해 산업 경쟁력이 낮았던 데서 찾아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과정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위기에 빠진 수출,그 해법은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중국발(發) 무역위기'를 경고했다.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만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파급효과가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 덕분에 수출 흑자 기조가 유지됐지만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체들조차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각종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수출에 해외투자를 결합하는 식으로 글로벌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문성 고려대 교수는 '수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모든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보호ㆍ육성하는 기존 중소기업 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강 교수는 "수출 호조에도 내수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대기업 위주의 소수 수출산업에 한국의 수출 역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세계 시장에서도 싸울 수 있는 '글로벌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만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은 결과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만큼 정책일몰제를 통해 불필요한 지원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출을 늘리자는 의견도 제시됐다.한홍렬 한양대 교수는 "서비스 산업 육성을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가 전략으로 설정해 부처마다 시행 중인 정책을 통합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