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5대 지역별로 할당 … 설치인가 기준안 어떻게 달라졌나

정부가 30일 로스쿨 총정원을 2000명으로 확정하고 개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인가기준안을 공개함에 따라 로스쿨 인가를 노리는 대학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학교육위원회가 만든 인가기준안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용역을 받아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마련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 분야 설치인가 심사기준 연구안'에는 없던 사법고시 합격자 수,영어 강좌의 유무,여자 교수의 비중,대입 관련 제재 여부 등이 추가됐다.전문가들은 대학들 중 25곳 가량이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법학교육위원회는 로스쿨을 상대적으로 법률 서비스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에 고루 배치키로 의견을 정리했다.

하지만 광역지자체마다 1개의 로스쿨을 설립해야 한다는 지방대학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이 '지리적 이점'만으로 로스쿨 인가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도-1로스쿨' 원칙이 거론될 당시만 해도 광역자치단체 내 경쟁대학이 없는 강원대와 제주대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지난해 나온 시안에서 290점이었던 교육과정 영역 배점은 345점으로 크게 높아진 반면 125점이었던 교육시설 영역 배점은 102점으로,100점이었던 재정 영역 배점은 55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이는 대학들이 교육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보다 실질적인 로스쿨 교육의 질,즉 '소프트웨어'에 더 신경을 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지방 로스쿨 인가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거점 국립대와 사립대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자금동원이 자유로운 사립대가,교육의 질에 있어서는 거점 국립대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법학교육위원회는 사법고시 합격자 수와 관련된 조항을 선정기준에 넣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대학들이 그동안 쌓아온 현실적 성과이자 객관적인 평가 지표인 사시 합격자 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평균 합격자수(15점)'와 '최근 5년간 법학과 졸업생 대비 합격자수(10점)'를 반영하는 것으로 의견을 수정했다.

최근 발표된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대학별 사법고시 합격자 수는 △서울대 321명 △고려대 156명 △연세대 113명 △성균관대 74명 △이화여대 56명 등 상위 5개 대학 출신이 전체의 70.4%를 차지하고 있다.

신입생 중 타대학 출신자 비중과 관련된 심사 기준안을 둘러싼 논란에서는 서울 수도권대의 의견이 반영됐다.

3분의 1 이상이면 합격(Pass),미만이면 불합격(Fail)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

지난해 발표된 시안은 타대학 출신 신입생을 전체 정원의 3분의 1로 제한할 경우 관련 항목 25점 만점에 10점밖에 받을 수 없다고 명시했었다.

이 때문에 만점을 받기 위해 전체 모집 인원의 50% 이상을 타 대학 출신으로 채우는 대학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이 조항과 관련,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은 "모교의 로스쿨로 진학하기 위한 학생들끼리의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며 '합격,불합격'으로 조항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외국어 진행 강좌의 비중(10점),교원들의 외국어 강의 능력(10점) 등의 신설 조항은 로스쿨 인가를 둘러싼 대학들의 경쟁에서 새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어강좌가 흔한 경영대와 달리 법대는 영어로 진행해 온 강의도,영어에 능숙한 교수진도 드물다.

이 때문에 대학들 사이에서 '영어 잘하는 법학교수 모시기'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진행 강좌 비중 항목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3년간 20과목 이상의 외국어 강좌를 개설해야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교수들을 신규로 고용하지 않는 한 외국어 강좌 요구치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된 조항이어서 당장 교수요원을 충원할 필요는 없지만 여성 교수 10%,타대 출신 교수 50%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법대의 경우 여성 교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서울대는 교수 55명 중 6명,연세대는 42명 중 3명,고려대는 43명 중 1명만이 여성이다.본교 출신 위주로 교수들을 선발해 왔던 서울대 등은 앞으로 타대 출신 교수 비중을 늘려 선발해야 한다. 현재 서울대의 타대 출신 교수의 비중은 3분의 1 수준이다.

송형석/이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