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갔던 기업들 "임금 싸다, 개성가자"

중국 칭다오에서 여성용 속옷 보정물 생산공장(1500평)을 가동하고 있는 영이너폼은 지난 6월 한국토지공사로부터 개성공단 2000여평을 분양받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 이종덕 사장은 "개성공단의 임금이 잔업수당을 다 포함하더라도 월 70달러 안팎으로,칭다오에서 현재 주고 있는 임금(월 1200위안ㆍ한화 14만6700원 선)의 절반에 불과해 입주를 결심했다"며 "개성 공장이 본 궤도에 오르는 2년 뒤에는 중국 공장을 아예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저임금과 시장의 이점을 보고 중국으로 진출했던 국내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개성공단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여기에 중국기업은 물론 서방기업까지 개성행에 합류하면서 개성공단이 2004년 말 시범단지 가동 이후 3년 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했거나 입주가 확정된 업체는 모두 252개.이 중 적어도 20%가량은 중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특히 1단계 2차 부지를 분양받은 섬유봉제업종 41곳 중 중국에 공장을 둔 업체는 이브자리 오륜무역 대경실업 성화물산 등 10여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앞으로 개성 공장이 활성화되면 중국 공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거나 비중을 다소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임가공 더 이상 어렵다" 개성행을 결심하는 국내업체들은 대부분 그동안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중국에서 임가공을 해왔던 회사다.

개성의 생산품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수출되기 어려운 만큼 내수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회사는 최근 중국의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을 낮추는 등 외자기업 압박정책을 취하자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특히 중국 기업들마저 개성의 저임금이 자국보다 매력적이라며 개성입주를 선택했다.

지난 8월 인조손톱제조회사 천진진희미용실업유한공사(한국법인 데싱디바)가,지난달에는 성거나복장유한공사(한국법인 SW성거나)가 개성공단에 공장 부지를 분양받은 것.

중국 상하이에서 차량용 DVD플레이어 구동장치(DVD로더)를 생산,도요타 보시 등에 공급하고 있는 디브이에스코리아도 최근 중국 현지업체와 손잡고 조만간 개성공단에 외국기업용지를 분양받을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입주가 확정되면 중국의 8개 생산 라인 중 2개를 우선 개성으로 옮기고,점차 개성생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분양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공사 안영욱 팀장은 "외국기업용지를 분양받고 싶다고 문의하는 업체들 중 대부분은 중국업체"라고 전했다.


◆인건비ㆍ물류비ㆍ무관세 등 장점

개성공단으로 국내외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인건비가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싸고 물류비용이 절감돼 마진 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미국 일본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수출이 제한되지만 내수품이나 싱가포르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수출품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일 수 있는 것도 개성 입주업체들에 매력으로 꼽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