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 공룡 美 AMB, 한국 3자 물류시설 공략 선언

모하담 회장 "매년 1억弗이상 수년간 투자"
세계적인 물류센터 개발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공항 항만은 물론 내륙의 교통 요충지에 잇따라 대형 물류센터를 설립,영세한 국내 물류업체들끼리 나눠먹던 '텃밭'을 잠식하고 나선 것.서울의 대형 빌딩들이 외국계에 넘어간 상황이 물류업계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17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의 세계적 부동산 투자업체인 AMB사의 하미디 모하담 회장은 지난달 31일 저녁 기자와 만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매년 1억달러 이상씩 최소 수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에 대해선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부산항 광양항 등 주요 항만과 고속도로 인근의 내륙 물류거점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MB는 전 세계 주요 물류거점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한 뒤 특송회사 항공사 제3자 물류기업 등에 시설을 임대해주는 업체.현재 13개국 40곳의 무역 중심지에 물류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한국에는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에 약 5000만달러를 들여 1만2000평 규모의 물류센터 착공식을 가졌다.앞서 미국계 물류단지 개발업체인 프로로지스는 지난해 경기도 이천시 덕평리의 스카이물류(1만3309㎡)를 사들인 데 이어 인근에 15만㎡ 규모의 물류센터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계 펀드인 메이플트리 역시 덕평에 있는 물류센터 매입 여부를 타진하고 있으며,아센다스와 알파 인베스트먼트는 이미 경기도 광주시의 물류센터들을 인수한 상태다.

외국계 펀드들이 한국의 물류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당장 8%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데다 성장성도 다른 부동산에 비해 높아서다.모하담 회장은 "전 세계 무역규모는 세계 GDP(국내총생산)보다 2.5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물류센터가 최고의 투자처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외주업체에 물류업무 일체를 아웃소싱하는 '제3자 물류시장'이 이제 막 열리고 있다는 점도 외국계 기업의 '한국행'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제조업체들이 물류를 아웃소싱하면 당연히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내기업들의 제3자 물류업체 활용 비중은 2002년 25.7%에서 올들어 42.2%로 확대된 상태다.물류 업계에서는 글로벌 물류시설 업체들의 잇따른 진출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노하우를 갖춘 이들에 비하면 국내 물류시설업체들은 '구멍가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들어서는 지역에 슈퍼마켓이 사라지는 현상이 물류업계에서도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용덕 무역협회 물류산업지원팀장은 "AMB가 서비스 및 가격 경쟁에 나설 경우 영세한 국내 물류업체들이 버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물류업계의 구조조정 및 대형화를 부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물류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외국계의 진출을 불러 '토종 물류 거인'의 탄생을 막는다고 지적하고 있다.신기동 코아에셋 대표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선 수많은 인허가 절차와 땅 매입 등 복잡한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수도권에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게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힘든 국내 업체들과 달리 외국계 업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외자유치 정책에 힘입어 다양한 행정 편의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