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갑부들 워런 버핏 따라하기?

아시아 최대 갑부인 리카싱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따라잡기(?)에 나섰다.

리 회장이 새로운 소프트웨어 회사나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경쟁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게이츠와 버핏 회장이 일으킨 기부 열풍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리 회장의 행보는 기부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중국에 새로운 '자선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거부들 사이에 기부 바람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바람의 진원지는 홍콩 재벌인 리 회장.그는 지난해 재산의 3분의 1을 '리카싱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부액은 1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단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300억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 2위인 '포드재단'(110억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중국의 갑부들도 동참하고 나섰다.

중국의 오프라 윈프리라고 불리는 유명 시사토론 사회자 양란은 국제 교육.환경재단 설립을 위해 7200만달러를 기부했다.

중국 호텔 재벌인 펑녠 호텔의 위펑녠 회장도 재산의 80%에 달하는 2억7000만달러를 떼어내 의료사업 지원비로 쾌척했다.멍뉴 낙농그룹의 뉴건성 사장 역시 6억달러에 상당하는 우유 자회사의 전 지분을 한 농업.교육 지원 재단에 기증했다.

이 같은 자선 훈풍은 기부에 대해 닫혀 있던 중국 정부의 마음까지 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사적인 기부 행위를 금기시해왔다.

베이징의 경우 아직 모든 기부 행위를 정부를 통해서만 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라는 사회 문제를 낳으면서 기부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홍콩 자선컨설팅 업체인 글로벌필렌트로픽의 존 페랄타 이사는 "중국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도 사회적 화합을 돕는 기부 문화에 긍정적인 자세를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열린 17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를 통해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에 (민간의) 자선 프로그램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