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퇴직후 밥그릇 챙기기?'‥ 산하기관장 실적은 꼴찌ㆍ연봉은 최상위

재정경제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실적은 각 부처 산하기관들 중 꼴찌를 기록하고서도 지난해 기관장 고액 연봉 순위에서는 1~9위를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 관료들이 퇴직하면 나가는 자리여서 관리 감독을 맡은 재경부가 실적에 비례하지 않은 이들의 고액 연봉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국회 재경위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이 2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98개 공공기관 중 수장이 비상임 또는 겸직 상태인 20곳을 제외한 278개 공공기관장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개 기관 중 9곳이 재경부 산하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장은 7억4210만원을 연봉으로 받아 전체 기관들 중 1위를 차지했고 중소기업은행(7억2290만원) 수출입은행(6억80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재경부 산하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3억7300만원으로 집계돼 가장 낮은 법무부 산하기관장 평균 연봉(8790만원)보다 4.2배 많았다.특히 산업은행장은 공공기관장 최저 연봉(코레일투어서비스 5500만원)보다 13.5배를 더 받아 갔다.

하지만 재경부 산하기관의 최근 5년간 실적을 보면 연평균 3029억8000만원의 적자를 내 17개 조사 대상 부처 산하기관들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실적은 최악이면서 기관장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챙겨주고 있는데도 관리 감독을 맡은 재경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이는 해당 기관장 자리가 장차 재경부 고위 공무원들의 '밥그릇'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실제 외환위기 이후 이들 기관의 수장 자리는 재경부 출신들이 채우고 있다.

연봉 랭킹 1위 산업은행장은 1998년 이후 선임된 5명 모두가 재경부 전직 관료였고 2위 기업은행장(75%)과 3위 수출입은행장(100%) 자리 역시 '재경부 OB'들의 독무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재경부가 이들 기관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문제 삼는 건 "내 밥그릇을 내가 차버리는 셈"이어서 알고도 모른척하기 일쑤란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한편 이날 열린 기획예산처 국감에선 공기업의 자회사들이 모기업보다 더한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는 실상도 공개됐다.

국회 운영위 김정권 의원(한나라당)이 입수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한국자산신탁은 직원들에게 평균 7385만원의 연봉을 지급해 모기업(한국자산관리공사 5244만원)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보증기금 자회사인 기보캐피탈 역시 모기업(6044만원)보다 많은 연봉(7165만원)을 주고 있었다.김 의원은 "일반 공기업은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반면 이보다 연봉 수준이 높은 자회사들은 제대로 된 감사조차 한 번 받지 않고 있다"며 "공기업을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신도 모르는 직장'이 아니냐"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