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현장 등 中대륙의 재발견

고대 중국인이 상상한 서역은 옥으로 된 산이 있고 긴 날개를 가진 묘민(苗民)과 키가 10장(丈ㆍ33.3m)나 되는 사람들,서왕모와 같은 신선이 살고 있는 '상상의 땅'이었다.

그러나 한 무제 때 장건의 서역 원정은 서역 각국의 기후와 산업,인구 등 실질적 정보를 제공했고,이후 서역은 탐험 가능한 현실의 땅이 됐다.

지리적 발견과 시야의 확대는 이처럼 인류 역사 발전의 중요한 전기였다.

15세기 중엽 이후 유럽인에 의한 '지리상의 대발견'이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중국의 역사 또한 수많은 지리적 발견과 함께 발전했다.

'중국지리 오디세이'(호아상 외 지음,이익희 옮김,일빛)는 그래서 황하 유역의 화하(華夏)문명이 주변의 지리환경에 대한 인식을 넓혀온 과정을 역사ㆍ지리학ㆍ종교ㆍ지리과학ㆍ문화인류학 등을 망라하며 보여준다.

장건은 1차 서역원정 이후 두 차례나 더 원정을 하며 실크로드를 개척했고,한 무제는 황하의 발원지를 찾으려고 탐사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명나라 때 정화의 원양함대는 19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한 '아폴로 계획'에 맞먹는 거대 프로젝트였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1차 항해의 경우 길이 150m,너비 60m,배수량이 3000t에 이르는 대형 선박 63척과 보조선박 100여척이 동원됐고 승선인원은 2만8000명에 달했다.

7차에 걸친 원정항해로 정화의 함대는 아프리카까지 위용을 떨쳤다.

콜럼버스가 함선 3척에 12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인도양 항해에 나선 것은 이로부터 50년가량 뒤였다.

황하와 장강의 발원지에 대한 탐사 과정,20세기 후반에 와서 세계 최대의 석유 저장고로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 사막의 탐험 역사,신선의 땅으로 알려졌던 티베트와 초모룽마(에베레스트)의 발견 등 흥미진진한 지리적 발견,상전벽해(桑田碧海)의 고사가 실제로 일어난 황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536쪽,2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