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이 뛴다] 은평뉴타운ㆍ장기전세주택 등 SH공사, 살기좋은 서울 만들기

SH공사(사장 최령)가 서울지역 주택 및 전략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첨병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주택 원가공개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 안정화를 선도한 데 이어 은평뉴타운 건설,IT(정부기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가 될 상암DMC 개발,외국계 기업 및 연구소 등이 대거 유치될 마곡지구 개발 등 굵직한 서울지역 인프라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이 공사는 서울시가 1989년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한 도시개발공사가 모태가 됐다.

설립 당시 자본금 3000억원,직원수 389명으로 출발했던 공사는 현재 자본금 5조원,직원수 700여명에 이르는 알짜 공기업으로 거듭났다.

작년 기준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375억원,284억원을 기록했다.공사는 원래 임대주택 공급과 관리가 주 목표지만 이 밖에도 뉴타운 및 택지지구 개발,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공급,첨단에너지 사업 등을 통해 서울의 미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은평뉴타운을 서울 최고의 주거단지로

올해 강북 재개발의 키워드는 은평뉴타운이다.은평뉴타운은 은평구 진관동 일원 349만2421㎡(약 101만여평)의 부지에 1만6172가구(임대 5006가구,분양 1만918가구,단독 248가구)의 초대형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2004년 이 일대가 그린벨트에서 해제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SH공사가 시행을 맡았다.

은평뉴타운은 동으로 북한산,서로는 서오릉자연공원,남으로는 갈현근린공원과 연접해 있으며 구역 중앙에는 진관근린공원이 자리잡아 최고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게다가 평균 용적률이 153%로 수도권의 대표 주거단지인 목동(267%),분당(199%),일산(175%),판교(160%)보다도 낮아 쾌적성도 높다.교통도 서울 도심에서 불과 10㎞ 정도 떨어져 있어 입지 여건도 뛰어나다.

공사는 강북 재개발의 바로미터가 될 은평뉴타운의 성공을 위해서 수익성도 과감히 포기했다.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후분양제로 전격 전환해 최근 발표한 1지구 분양가를 10% 이상 낮췄다.

12월 초 총 1643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1지구는 3.3㎡당 분양가가 1050만~1380만원 선에서 결정됐다.

이로 인해 공사가 거둘 것으로 예상했던 수익은 당초 5510억원에서 121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최령 SH공사 사장은 "1~3지구의 개발이 모두 완료될 2011년이면 은평뉴타운은 강북은 물론 서울 최고의 주거단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산층을 겨냥한 장기전세주택 확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는 올해 초 서울시가 새롭게 도입한 주거 개념이다.

주변 전세가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내집처럼 거주할 수 있다.

평형도 기존 임대주택과는 달리 85㎡ 이상 중대형 평형이 주를 이룬다.

지난 5월 장지 발산지구에 총 482가구를 도입한 이래 올해만 2016가구(장지 471가구,발산 831가구,은평 660가구,재건축 5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사는 그밖에 시유지나 국ㆍ공유지 27개소 61만2129㎡를 활용해 7170가구에 달하는 장기전세주택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일단 올해에는 서초구 양재동 212번지 및 102번지 일대 3만6000㎡에 2개 단지 707가구를 짓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러한 공급 계획을 모두 포함해 2010년까지 총 2만4309가구의 장기전세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중산층을 겨냥한 장기전세주택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주거의 개념 자체가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뀌어 주택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전략사업 박차

공사는 향후 개발될 마곡지구를 비롯한 강서구 일대에 서남물재생센터의 하수잠열을 이용한 신개념의 지역 냉난방 시스템 사업을 검토 중이다.

하수잠열이란 하수처리장에서 방류되는 물에 포함된 열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하수는 영상 5도 이상의 열을 갖는데 이를 히트펌프라는 열 회수장치를 통해 고온으로 변환하고 이를 지역 냉난방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실용화돼 이용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발전 같이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공사 산하 집단에너지사업단은 "마곡지구에 한국 최대의 하수처리장인 서남물재생센터가 위치해 에너지 수송 손실과 추가 인프라 건설비용 등이 별도로 들지 않는 만큼 이 일대는 하수잠열을 이용해 안정적 냉난방 공급을 할 수 있는 기본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공사 관계자는 또 "향후 타당성 조사 및 서울시와의 협의 등을 거쳐 마곡지구 개발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