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中서 부시보다 센 스필버그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은 다른 나라의 외압에 굳건히 버티는 것으로 유명하다.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런 중국의 자세를 바꾸고 있다.

문제의 진원지는 아프리카 수단이다.

수단의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학살은 잘 알려져 있다.수단 정부가 투입한 이슬람계 민병대 잔자위드의 학살로 지금까지 다르푸르 주민 2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고,250여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은 수단의 최대 해외 투자국인 동시에 후원국이다.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는 5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수단에 투자했고,수단은 중국 석유 수입량의 7%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수단에 가장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다.

수단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을 부결시킨 것도 바로 중국이었다.요지부동이던 중국을 뒤흔든 주인공은 베이징올림픽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미국의 영화감독 스필버그다.

그는 최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에게 강경한 어조의 편지 한 통을 보냈다.

'학살보다 더 큰 범죄는 없다.

모든 국제 사회의 일원은 이를 막을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있다.

중국이 수단에 대한 외교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다르푸르의 대량학살 사태를 외면할 경우 예술감독 직을 사퇴하겠다고 협박(?)했다.

스필버그를 자극한 사람은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인 영화배우 미아 패로다.

그는 개인 광고를 통해 "중국이 수단 정부를 움직일 힘이 있는데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베이징 올림픽은 '학살 올림픽(Genocide Olympics)'이란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필버그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이미지를 미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응은 의외였다.

중국 정부는 재빨리 다르푸르에 특사를 파견해 유엔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이도록 종용했다.

또 중국은 기존 입장을 바꿔 수단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데 동의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ㆍ폐회식의 멋진 성공을 위해 스필버그 감독을 영입한 까닭에 중국 정부는 정치적 대가를 지불한 셈이다.

중국은 수단 정부가 유엔 평화유지군의 활동을 보장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것이 베이징 올림픽 총감독 직을 걸고 나선 스필버그가 중국에 던지는 메시지다.

베이징 올림픽 게임의 스폰서로 나서는 국제 기업들도 행동에 나설 때다.

올림픽 스폰서 기업들은 수단의 대량 학살을 방조하고 있는 중국 이미지에 광을 내기 위해 8000만달러 이상을 바치고 있다.

이들 기업 스폰서도 미아 패로나 스필버그처럼 수단에 대한 중국의 외교 자세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스콧 그레이티드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이 'Moving China on Darfur'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