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정상들 7년만에 만난다

OPEC 정상, 유가 안정시킬까 … 17~18일 47년만에 3번째 회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주말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이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기구 창설 후 47년간 세 번째로 고유가에 대한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회원국 정상은 오는 17~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장기적인 유가 안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나이미 석유장관은 "시간이 이르긴 하지만 OPEC 회원국 간 고유가와 관련된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마드 알 올라임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나이미 석유장관과의 면담 후 "OPEC이 책임 수행에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며 조만간 증산 문제를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O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1975년과 2000년에 이어 7년 만이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측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고유가의 파장이 석유 수입국뿐 아니라 산유국에도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자드와 인베스트먼트의 브래드 불랜드 리서치팀장은 "아무도 유가가 수요를 해치는 수준까지 오르길 원치 않는다"며 산유국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를 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FT는 다만 OPEC이 증산 결정에 앞서 미국 등 원유소비국에 현재의 소비 수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날 경우 유가가 떨어져 산유국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정상회담에서 "안전한 공급과 안전한 수요의 관계"에 대한 선언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한편 로이터통신은 OPEC 관계자를 인용,증산 결정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다음 달 5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OPEC 장관회의로 논의가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OPEC 회원국 사이에 달러 약세에 대한 대응책도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유국들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원유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가 책정에 쓰이는 통화 바스켓 구성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JP모건의 캐서린 스펙터 수석에너지전략가는 일부 산유국에서 달러 이외의 통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가격 책정 방식을 광범위하게 바꾸는 것은 단기간에 불가능할 뿐 아니라 비실용적"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약달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지난 9월 OPEC은 석유 수요에 대응해 이달부터 하루 50만배럴을 증산하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지난 7일 배럴당 98.62달러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