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들 '弱달러와의 전쟁'

세계 각국이 추락하는 달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속에서도 자국 통화 가치의 상승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금리 인상을 포기하고 있다.자국 돈 가치를 미 달러화에 연동시킨 홍콩 등 달러화 페그제 국가들은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을 쏟아부으며 통화가치 사수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유럽중앙은행(ECB)은 5개월째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기준 금리를 올리자니 유로화 강세가 가속화될 것이 뻔하고 내리자니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일본도 엔고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13일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5%인 현행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게 확실시된다.

한국과 인도 콜롬비아 등은 외환 거래에 대한 고삐를 죄는 방법으로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 급락에 가장 부심하고 있는 곳은 홍콩 등 달러화 페그제 시행 국가들이다.홍콩금융관리국(HKMA)은 페그제 하한선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다섯 차례에 걸친 시장 개입으로 78억2800만홍콩달러(9000억원)를 퍼부으며 미 달러화를 사들였다.

금융 시장에선 조만간 홍콩 당국이 달러화 페그제를 포기하고 홍콩달러화가 중국 위안화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달러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달러화 가치 추락을 견디지 못한 채 페그제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달러화 가치 급락이 전 세계 통화 및 무역 질서를 위협하자 미국의 '결자해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직접 나서 달러화 하락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강한 달러화가 미국의 이해 관계에 맞다"는 '립 서비스'만 거듭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 주는 달러화 가치 하락 사태를 방관하는 모습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