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에 원자재값 일제히 급락


올 들어 급등했던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한풀 꺾이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발' 신용경색 여파로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각국의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서다.또 엔화 가치 급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고수익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빨라지면서 원자재시장에 들어왔던 엔 캐리 자금의 일부가 빠져나오는 것도 배경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3일 전했다.

26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종합해 산정하는 UBS블룸버그CMCI지수는 12일 지난 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2% 이상 떨어졌다.

19개 원자재 시세로 구성된 로이터CRB지수도 지난 6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세로 반전돼 1.6%가량 하락했다.세계적인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던 금속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

금(12월 인도분)은 12일 뉴욕상품시장에서 전날보다 3.2% 떨어진 온스당 807.70달러에 거래됐다.

여전히 올초보다 27% 높은 가격이지만 이날 하락폭은 최근 13개월간 가장 컸다.올해 14% 오르며 강세를 보인 은(12월 인도분)도 5% 떨어졌다.

지난주 최고치까지 올랐던 백금(플래티늄) 가격도 2.5% 내렸다.

지난 7일 배럴당 98.62달러까지 치솟으며 100달러 선을 위협하던 유가도 하락했다.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한때 93.54달러까지 내려간 끝에 배럴당 94.62달러에 마감됐다.

밀,콩 등 대부분 곡물가격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원자재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서브프라임 부실이 조기에 진정될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금융시장에 번지고 있는 '달러화 매도,강세 통화 매입'이라는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상품시장에 옮겨붙어 과다하게 오른 금속,곡물 등의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주 후반부터 불거진 엔 캐리 청산 움직임이 원자재값 하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고수익 고위험을 좇아 해외시장으로 나갔던 투자자들이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자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UBS AG의 존 리드 분석가는 "부채 축소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와 금속 매수세가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원자재시장에도 옮겨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펙터 애셋의 레너드 카플란 사장은 "(세계 경제가) 고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금,은,플래티늄 등 원자재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5.2%에서 4.8%로 하향 수정,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했다.

실제로 산업용 필수 원자재인 구리값이 10월 이후 15% 떨어진 것은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버나드 재콥스의 패트릭 치들리 분석가는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이 7개월 만인 지난달 구리 수입량을 줄였다"고 말했다.코모디티브로킹의 조너선 배럿 디렉터는 "경제성장의 지표인 구리값이 떨어진 만큼 유가 역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