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권 이렇게 살리자] (10) 제주 '시장 활성화구역' 상권 ‥ 산지천에 夜시장… 포장마차촌 만들어라


제주시가 동문공설ㆍ동문재래ㆍ동문수산 등 3개 재래시장과 칠성로상점가ㆍ중앙지하상가ㆍ중앙로상점가 등 3개 상가로 구성된 구도심 상권을 '시장활성화구역'으로 지정,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대했던 만큼의 활성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우선 이 구역을 흐르는 산지천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이 모여들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녁만 되면 어두운 데다 노숙자들로 슬럼화되는 산지천이 오히려 상권 위축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지천이 복개되기 전만 해도 1000명 이상의 거주민들이 살면서 칠성로상점가 등의 상권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었다.산지천은 칠성로뿐 아니라 동문재래시장과 수산시장 공설시장 옆을 흐르고 있다.

서민교 맥세스FC실행컨설팅 대표는 "산지천 옆 도로에 야시장을 만들어 제주특산 먹을거리는 물론 동남아 풍물을 접할 수 있는 포장마차촌을 조성하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강승미 칠성로상점가조합 이사장도 "산지천은 무늬만 생태하천일 뿐"이라며 "밤에는 볼거리가 없어 썰렁하기 때문에 서울의 청계천처럼 산책로도 만들고 거리의 악사들이 머물게 하는 공간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오후 5시 이후 야시장을 열고 산지천의 다른 한쪽 도로를 주차장으로 쓰면 접근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동문재래시장 옆 산지천은 바닥이 보이고 버려진 병과 담뱃갑 우유팩이 눈을 거슬리게 해 하천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 관광객을 쇼핑으로 이어지게 할 방안도 강구해볼 만하다.박문준 시장경영지원센터 기획관리실장은 "제주도를 찾는 내ㆍ외국인 관광객이 2000년 411만명에서 지난해 531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시장의 매출 신장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활성화구역에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을 만들어 기내 관광버스 택시 렌터카 등에서 이를 배포하도록 하면 효과적인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질 제고도 중요하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자주 눈에 띄지만 이들을 위한 중국어 및 일본어 간판은 시장 입구에만 있을 뿐 개별 점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에서 온 한 여행객은 "말이 안 통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지하상가는 그나마 중국어 통역 2명을 일정시간대에 채용하고 있다.

외국어 통역자를 크게 늘려 시장활성화구역 전체 상권에서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관광과 쇼핑을 연계하는 재래시장 러브투어도 개선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양승석 중앙지하상가상인회장은 "관광가이드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시장에 내려놓으면서 아이쇼핑만 하라고 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을 방문한 관광객 숫자만 파악해 이를 해당 여행사 실적으로 간주하는 현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광가이드들이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점포에서만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만의 특산품이 눈에 띄지 않고 먹자골목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중앙지하상가에서 기념품을 하나 샀다는 대만인 관광객은 "대만에서 파는 옷이나 별다를 게 없다"며 "중국사람은 화장하는 것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지하상가에서 나오면 곧바로 수산시장이 있고 이곳에서는 제주 특산 회를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몰려 있다.

할인쿠폰과 상품권을 시장활성화구역 모든 가게에서 쓸 수 있도록 사용범위를 넓히는 등 공동마케팅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문준 실장은 "인천시처럼 재래시장 상품권도 상점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사은품이나 경품을 다른 시장의 상품으로 증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동문수산시장이 작년에 처음 시작한 공동 포장용기 사업도 이를 전 상권으로 확대할 경우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중기청ㆍ한경 상권활성화 사업 ]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재래시장 및 상점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업을 공동 추진합니다.

이 사업에는 중기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와 한경창업자문위원단 등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역상권 현장을 실사한 뒤 상권활성화 방안을 제시합니다.

재래시장,상점가,지자체 등의 많은 관심과 신청을 기대합니다.

신청은 시장경영지원센터(02-751-0750)로 하시면 됩니다.

[ 상권 활성화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 ]

◆김종국 중소기업청 시장지원팀장

◆박문준 시장경영지원센터 기획관리실장◆서민교 맥세스FC실행컨설팅 대표

◆강창동 한경 유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