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모펀드 주도권 잃고 亞ㆍ중동 국부펀드 약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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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 창업자 루벤스타인, FT와 인터뷰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공동 설립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13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이외 지역의 사모펀드와 아시아 국부펀드의 성장으로 앞으로 미국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을 주무르며 급격히 성장한 미국 사모펀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다.사모펀드란 소수의 기관 및 고액 투자자로부터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한 뒤 나중에 되파는 방식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를 말한다.
미국계 사모펀드의 대표 주자로는 국내에서 한미은행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칼라일그룹과 최근 중국 국부펀드가 투자파트너로 선정한 블랙스톤,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를 집어삼킨 서버러스캐피털,바이아웃(차입인수) 시장의 강자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 등이 꼽힌다.
루벤스타인은 "향후 10년간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펀드가 폭발적인 경제성장세를 등에 업고 미국 사모펀드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미국계 사모펀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는 국부펀드가 꼽혔다.
지금까지 국부펀드들은 칼라일과 블랙스톤,KKR 등 미국계 사모펀드에 자산을 위탁하는 간접투자 방식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국부펀드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그는 "앞으로는 국부펀드가 전문 투자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사모펀드를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 직접 투자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활동 중인 국부펀드는 40개 정도이며 자산 총액은 2조달러를 웃돈다.
자산 규모 면에서는 이미 헤지펀드(1조5000억달러)와 사모펀드(7000억달러)를 넘어섰다.미국계 사모펀드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최근 몇 년간 뜨겁게 달궈졌던 글로벌 M&A 시장도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전 세계 M&A 규모는 1조달러로 전 분기(1조7400억달러)에 비해 42% 줄었다.
이 중 사모펀드가 주도한 M&A는 1303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68% 급감했다.
주요 투자 주체들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3분기 중 10억달러 이상 거래를 성사시킨 경우는 블랙스톤의 힐튼호텔 인수 단 한 건뿐이었다.
루벤스타인은 사모펀드의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현지화'를 꺼내들었다.
실제로 칼라일은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모든 투자전문가를 일본인으로 채웠다.
칼라일의 일본 펀드 운용자금 중 절반가량을 일본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것은 이런 노력의 성과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칼라일그룹이 아시아에 진출한 것은 약 10년 전.칼라일은 현재 아시아 지역에만 100명가량의 현지 투자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루벤스타인은 "가능한 한 아시아에 동화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투자자를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