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헤지펀드 천국으로 변신한 英 저지 섬

규제ㆍ세금 적어…3만여개 사무소 둥지 틀며 새 도피처

영국 남단의 작은 섬 저지(Jersey).젖소들의 천국이었던 이곳이 헤지펀드의 새로운 낙원으로 떠올랐다.포브스 인터넷판은 14일 저지 섬이 낮은 세금과 규제 완화 정책으로 세계 금융인들을 불러모으면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 10만명도 안 되는 저지 섬에서 소떼만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금융계 사무소.55개 은행을 포함,헤지펀드 등 금융 분야에만 3만3000여개의 법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 6월 기준으로 4320억달러.1년 동안 31.8% 늘어났다.낙농업과 감자 생산,관광 수입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현재 이 지역 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금융 서비스에서 나온다.

저지 섬의 변화는 서서히 이뤄졌다.저지 정부는 1960년대부터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왔다.

고부가가치를 낳는 금융산업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저지 섬의 소득세율은 20%로 영국 본토의 절반에 불과하다.내년 1월에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는 '펀드 무(無)규제 제도'를 실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적정 규모 이상의 펀드라면 지자체 허가 없이 사후 등록만으로 저지 섬에 사무실을 낼 수 있게 된다.

저지 지자체의 로버트 커크비 통상책임자는 "헤지펀드들이 원하는 것은 (사업에서의) 신속성과 정확성"이라며 "그런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저지 섬은 케이맨 제도,룩셈부르크,버뮤다 등에 이어 헤지펀드의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런던 소재 비즈니스 로펌인 LG의 앤젤라 헤이스는 "저지로 옮기는 것은 펀드들에 매력적인 선택"이라며 "저지 섬이 케이맨 제도 등 전통적인 조세피난처의 경쟁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가까워 문화가 다채롭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점도 금융계 인력을 끄는 요소다.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려는 저지 섬의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보고 있다.

저지 섬의 1인당 국민소득은 5만7000달러(2005년 기준)로 영국 평균(3만3000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포브스는 '(규제와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는 저지 섬의 철학이 이 지역을 작지만 부강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