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변리사들 "소득 1위 아닌데…"

"동창모임에 가면 의사 변호사 친구들까지 '돈 잘버는 변리사가 술 좀 사라'고 하는데 사실 억울합니다."

변리사들이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소득 1위의 전문직으로 꼽히자 "사실과 다르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급기야 대한변리사회가 관련 자료를 만든 국세청을 항의 방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일부 언론이 지난달 22일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변리사 1인당 연평균 소득은 5억8000만원이라고 보도했기 때문.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알려진 의사(3억8600만원),변호사(3억5000만원) 등을 제치고 9개 전문직 중 1위를 차지한 것.

변리사회는 즉각 반발했다.이튿날 국세청을 찾아가 "사실이 왜곡됐다"고 따졌다.

연소득 5억8000만원은 변리사 1인당 소득이 아니라 1개 특허사무소당(사업자당) 소득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573개의 특허사무소가 설립돼 있으며,전체 변리사 수는 3274명.1개 특허사무소당 평균 5.7명의 변리사가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따라서 변리사 1인당 실제 연평균 소득은 약 1억180만원(5억8000만원/5.7명)이라고 변리사회는 주장했다.

국세청 측은 "변리사뿐만 아니라 의사 변호사 등도 사업자당 소득을 기준으로 통계를 냈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업자당 소득을 따지면 변리사가 최고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변리사들은 이런 해명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변리사의 경우 고객 대부분이 기업이라 소득이 100% 노출돼서 많아보이지만 실제로 버는 돈은 의사나 변호사보다 결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변리사는 "변리사 소득이 5억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가자 변리사가 되려면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진학해야 하는지를 묻는 학부형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전문직 소득순위 해프닝을 보면서 소득이 유리알처럼 공개되는 일반 샐러리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김동윤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